김부겸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멍에 벗겨달라"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제 어깨에서 벗겨 주십시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14일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 자신을 진정한 민주당 사람으로 받아들여달라며 '눈물의 편지'(사진)를 썼다.


김 의원은 최근 당 사무총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좌절을 겪어야 했다. 김 의원은 이 사건을 언급한 뒤 "참으로 참담했다"며 A4 종이 5장 분량의 편지를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갔다. 편지에는 "엊그제 가슴 속에 삭힌 눈물로 호소 드린다"는 표현도 들어갔다.

김 의원은 민정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의 3당 합당에 반대해 창당됐던 '꼬마 민주당'에 1991년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995년 민주당 분당 사태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남아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하자 한나라당 창당 멤버가 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2003년 7월 이우재, 이부영, 안영근, 김영춘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며 곧이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자신의 인생역정에 대해 "정치사의 큰 물결이 요동침에 따라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몸 담았다는 것이 원죄라면 언제든지 그 값을 달게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료 의원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은 "왜 '영남 출신'이고 '한나라당 출신' 때문이라는 꼬리표가 붙느냐"며 "우리 당은 민주당 출신, 한나라당 출신, 개혁신당 출신의 모든 민주개혁세력들이 함께 모여 대한민국과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전국정당을 한 번 해보자고 만든 당"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뭐라고 딱지를 붙이든 저는 민주화운동으로 잔뼈가 굵고 전통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청춘을 바쳤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지만 그보다는 당을 위해 헌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부터 지지했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손 대표가 민주당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안으로는 당의 모든 역량을, 밖으로는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껏 모아내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모든 것은 제가 손학규라는 개인보다도, 민주당을 더 사랑하고 정권 교체를 열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불모지에서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김매고 거름 주는 일에도 매진하겠다"며 편지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