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객정보 무단활용' 3억 벌고 10억 과징금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선거에 고객정보를 무단 활용한 KT (33,300원 ▼350 -1.04%)(KT스마트샷 서비스)가 결국 개인정보 법규 위반 혐의로 방통위로부터 1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방통상임위원회에서 과징금 감경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의결을 보류했다가 '고객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정보를 무단 이용한 KT의 기업윤리'에 대해 국회의 지적이 나온 후 내려진 조치라는 점에서 방통위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KT와 잉카인터넷, SK마케팅앤컴퍼니에 대해 과징금 및 과태료, 시정조치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KT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고객 동의를 구하지 않고 특정 후보자가 의뢰한 선거용 문자를 해당 조건에 부합한 230만여명에게 376만4357건의 선거용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를 통해 KT는 2억9390여만의 매출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방통 상임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KT에게 과징금 10억원과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상임위는 정보통신망법에 과징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번째 위반사례라는 점과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기본 과징금에서 50%를 경감하는데 이어, 상임위 차원에서도 또다시 30%를 인위적으로 경감해 10억원이 부과된 것이다.


방통위는 관련 안건을 지난 상임위원회에서 다뤘으나 일부 상임위원이 KT에 대한 과징금 산정 기준을 'KT스마트샷' 서비스로 올린 매출 2억9000만원을 기준으로 부과(90만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안건처리가 보류됐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국회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무단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여야 의원 구분 없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양문석 상임위원은 "국회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낮은 과징금 부과안을 뺀 것 아니냐"며 당시 행정조치를 담당한 실무자들을 질책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사무국은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과태료가 너무 미약해서였는데, 2억9000만원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기존 과태료보다도 못한 금액이 산출돼 제재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며 애초에 이같은 판단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이경자 부위원장은 "KT는 국회에서 공익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이번 사안은 정보 유출 이전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를 무단 사용했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KT스마트샷에 대한 이번 과징금 부과건은 공익목적이라 해도 개인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개인정보는 누구도 일방적으로 유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부 차원서 국민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선거참여를 독려하자는 의견도 밝혀왔으나 공익목적이라도 정부가 국민의 휴대폰 번호를 동의없이 사용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잉카인터넷은 108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면서 관리책임자의 자격요건 및 지정에 대한 사항, 개인정보의 기술적 관리적 보호조치 이행여부의 내부점검 등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취급하기 위한 내부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접근권한이 없는 내부직원 9명이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잉카인터넷에 과태료 500만원과 안전한 개인정보 취급을 위한 내부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SK마케팅앤컴퍼니는 민원처리 기업에 개인정보를 넘기면서 상담원 PC에서 자유롭게 출력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이에 대한 경고와 정보보호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