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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프레임을 벗고..국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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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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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칼럼]

약 1년전의 일이다. 검지 끝에 약 1cm 자상을 입어 병원을 찾았다. 근무처가 서울 강남역 인근인지라 그 주변을 한 시간 가량 찾아 헤맸지만 봉합과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병원을 찾지 못했다.

진료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를 댔지만 '돈 안되는 진료는 안한다'는 속내가 접수대를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졌다. '비싼 땅' 강남역 인근에는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치과, 한의원, 비뇨기과가 전부다. 소위 '돈 되는 진료과'이다. 겨우 찾은 정형외과에선 뜬금없이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물론 결과는 이상이 없다는 것으로 나왔지만 그 이면에서 '이윤'이 자리 잡고 있다.

영리병원 혹은 투자개방형 병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제도가 도입되면 벌어질 것이라고 하는 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 속 깊이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그 제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돌연변이를 거듭하며 수익극대화의 길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듯이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타내기 위해 과잉진료는 물론 사망자 명의로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폐업한 병원이 진료비를 타내는 등의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리병원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지만 영리를 극대화하는 병의원들은 도처에 생겨나 있고, 이들의 불투명한 회계처리는 세무당국으로부터 수억에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고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뿌리를 내리고 있다. 또 한편에선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의사들은 개인 빚을 내 병의원을 설립하고 그 이자를 갚기 위해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하다가 결국 빚쟁이로 폐업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 가장 시급하면서 필요한 것은 보편적 서비스나 영리가 아니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 투명성'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진료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고, 병의원은 정당한 대가를 통해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의료계의 투명성이 최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논의 자체가 멈춰있다는 현실이다. 현재 우리의 논의는 '영리'라는 프레임(틀)에 갇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틀을 깨기 위해 '영리병원'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명패를 바꿨지만 한번 재단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논의의 중심에서 국민은 빠진 지 오래다. '영리'라는 단어 하나에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영리병원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료체계의 건전성을 제고하자는 차원의 논의다.

미국의 진보적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공화당의 상징물)는 생각하지마(Don't Think of an Elephant)'라는 책을 통해 하나의 단어나 언어가 사람의 결정에 어떤 왜곡을 보여주는지를 프레임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미 공화당이 '세금감면(Tax Cut) 법안을 내놨다가 '부자 감세'라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세금구제(Tax Relief)'로 이름을 바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좋은 예로 들었다. 'Cut(깎아준다)'이라는 부정적 프레임보다 'Relief(구제한다)'라는 긍정적 프레임을 내놓고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이겼다는 요지다.

공화당이 내놓은 정치적 긍정 프레임을 공격하지 말고 자신들의 좋은 정책을 내놓으라는 게 요지다. 여기서 곱씹을 볼 부분은 언어가 가지는 프레임이다. 언어는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면 그 진실성과는 상관없이 흔들기 힘든 상징을 갖는다.

영리병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 머리속에는 '병원=선한 것'이고, 영리=나쁜 것'이라는 큰 프레임이 짜여 있다. '선해야 하는 병원이 나쁜 이익을 추구하니 잘못된 것'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가난한 사람=대체로 선하고, 부자=대체로 악하다'는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는 관심 밖이 된 상황이다.

영리병원 제도가 도입되면 '가난한 사람은 영리라는 나쁜 목적 때문에 선한 병원의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프레임의 늪에 빠져있다.

현실은 여전히 돈 없는 사람은 '영리병원'이 도입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고, 일부 병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 각종 편법과 불법을 써가며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이념적 프레임을 깨지 않고는 논의의 진전도 없고 현실의 개선도 없다.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영리'라는 틀을 버리고 그 중심에 국민을 놓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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