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개혁적' 중도보수 천명한 이유는…

-국민 70%를 아우르는 '보편정당' 지향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통일 한반도' 지향


여당이 말랑말랑해지고 있다. 경직된 사고를 지양하고 유연한 실천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여당 변화가 매우 광범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안 대표는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새로운 강령 목표를 제시했다. ‘중도보수’는 여당인 한나라당 입장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목표다. 하지만 ‘개혁적’이란 수식어를 앞세움에 따라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새로운 시도이자 모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공정사회’를 후반기 국정기조로 내세운 가운데 여권은 야당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서민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은 ‘야당 몫’이라 할 각종 파격 정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당 강령을 개정하고 내년 3월 초까지 ‘한나라당 개혁플랜’을 제시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미 ‘개혁적 중도보수’에 대한 물밑논의와 공감대가 여권 내부에서 상당부분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안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구적인 중도보수가 아니라 개혁적인 보수를 지향한다”며 “자기개혁을 끊임없이 하고 따뜻한 복지를 시행해 중산층과 서민을 껴안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적 중도보수’는 당의 외연을 크게 넓히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안 대표가 이날 공식화한 ‘70% 복지’는 이를 잘 말해준다. “소득 7분위(70%)까지 아우르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란 안 대표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역으로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층을 모두 껴안겠다”는 얘기다. 소득 상위 30% 계층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무난히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한나라당은 사실상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보편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을 천명한 셈이다.

한나라당의 유연함은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안 대표는 “냉철하게 북한 정권과 동포를 분리해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전반적인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신중한’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여당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북한 정권과 동포의 분리’라는 인식은 여권 내부에서 줄곧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인도적 차원을 넘어 ‘실용주의 사고’에서 비롯됐다. 천안함 사태 등으로 북한과 경직된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통일 한반도’란 큰 목표에 맞춰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연한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