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거래 양성화, 세금이 걸림돌

금시장에서 양성화하려는 정부와 법의 구멍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음성적 거래자들과의 싸움이 치열하다.


참여정부 시절 금시장을 투명하기 위해 '고금 의제매입 세액 공제제도'를 만들어 2008년 7월부터 도입했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성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고금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란 14k(금 순도 58.5%) 이상의 금을 비사업자, 즉 개인들에게 매입한 경우 취득가액의 3/103(약 3%)를 세금 공제해주도록 하는 규정이다.

또 99.9%이상의 순금을 거래할 경우 반드시 신한은행 금 거래 전용통장을 통해 거래하도록 했다.

하지만 세금을 공제받기 위해서는 금 거래에 자료(개인의 신상정보 등)를 기재해야 하는데 신분 노출을 꺼리는 개인들이 적지 않아 편법이 생겨났다. 사실상 무자료로 거래하면서 편법적인 방법으로 약 3%의 세금을 공제받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시세가 국제시세보다 낮게 거래된 데는 이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경로를 동원해 3% 환급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다보니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의 98% 수준에서 거래되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상당수 국가 투자용 금은 면세


그렇다면 실질적인 양성화 방안은 뭘까. 업계에서는 부가세 10%를 면제해 주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귀금속 리서치 업체 GFMS에 따르면 해외 국가들 상당수가 귀금속이 아닌 투자용 금(골드바 등)을 사고파는 데는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금 쥬얼리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많지만, 금괴와 같은 투자용 금에는 대부분 면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 수요가 많은 인도의 경우 금에 대해 부가가치세 1%와 기본 수입세 1%라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투자용 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두바이 등은 관세조차 면제해주고 있다. 반면 금에 상대적으로 세금을 높게 매기는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상당수의 금이 밀수로 거래되고 있다.

◇높은 세율…양성적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

높은 세금은 재테크 시장에서도 걸림돌이다. 현재 신한은행 기업은행 삼성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일부 시중 금융기관에서 금괴(골드바)를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금을 현물로 사고 팔 땐 부가세 10%를 내야하고, 수수료도 5%가량 부과된다. 금괴 보관료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수료가 다른 금융상품보다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비록 금 투자를 잘 했더라도 높은 세금과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은 "현물 금을 거래할 때 들어가는 세금과 수수료 부담이 워낙 높아 금 투자가 잘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라며 "일반 투자 상품에 비해 세금 부담이 높아 양성적인 거래가 잘 안 이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지난 1999년 4월 금 선물 거래를 시작했던 초창기만 해도 큰 관심을 받았지만 세금 문제 때문에 점차 거래가 줄어들어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 등 상품선물시장은 매월 만기에 실물 금을 인수하게끔 돼 있는데, 이 때 부가세 등 세금을 고스란히 내는 게 금 선물 시장을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유인욱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본부 금융상품개발팀장은 "금을 만기 때 실물인수를 하는데 10% 부가세와 3% 관세를 내야 하는데 일반인들에게 그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만으론 부족…귀금속 산업 육성 시급

업계에서는 단순히 투자용 금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거나 줄이더라도 금시장 양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금괴 사용용도가 일반인의 투자목적이라기보다는 불법 상속 · 증여, 비자금과 같은 음성적인 곳에 많이 쓰이다보니 사고파는 출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양성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금 밀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귀금속 보석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한국 고유의 귀금속 브랜드를 육성시키고 관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지금보다는 음성적인 금 매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