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운반女' 리제트 리, 삼성을 어떻게 이용했나?

삼성과 리제트 리와의 첫 만남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8일 삼성에 따르면 리제트 리와 삼성의 첫 만남은 올 초 리제트 리가 삼성에 아카데미 시상식에 삼성전자의 LED TV 10대를 전시하겠다는 제안을 하면서부터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을 갖고 "리제트 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삼성TV를 전시하고 싶다고 해 리제트 리가 에이전트가 돼서 아카데미 시상식에 10대의 TV가 깔렸다"며 "금액은 크지 않지만 좋은 기회가 돼서 만족한 비즈니스 기회가 됐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그 후 리제트 리로부터 "3D LED TV 9000시리즈 출시된다고 하니 VVIP 마케팅을 함께 하자"고 다시 연락이 와서 두 번째 이벤트가 진행됐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그 당시 리제트 리는 이벤트를 LA 인근 밴 누이스(Van Nuys) 공항에서 올해 6월30일에 하자고 제안하고, 자신이 장소 임대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는 것. 삼성에는 공항에 그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확인 공문을 보내주도록 요청했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북미총괄 홍보담당 임원인 데이비드 스틸 전무는 자신의 명의로 공항에 "삼성이 46인치와 55인치의 LED9000 시리즈의 이벤트를 6월30일 밴 누이스 공항에서 하고자 한다는 2문단의 '확인 공문(CONFIRMATION OF EVENT)'을 보냈다. 스틸 전무는 공항 측에 공문을 보내면서 리제트 리에게도 '이런 공문을 공항에 보냈다'고 수신참조(cc:) 메일을 보냈다. 참조로 받은 이메일을 리제트 리가 위조했다는 것. 이날이 지난 6월 13일이다.

리제트 리는 그 다음날인 6월14일 100kg 상당의 마약을 전용기를 이용해 운반하던 중 오하이오 주 콜롬버스 공항에서 검거됐고, 자신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상속녀라고 주장했다.

리제트 리가 삼성의 상속녀라는 근거로 검찰 쪽에서 제시한 것이 데이비드 스틸 전무가 보낸 공문이었으나 검찰 측이 확보한 공문과 삼성이 밴 누이스 공항에 보낸 공문이 서로 달라 위조로 밝혀졌다.

공항 당국에서 지난 27일 데이비드 스틸 전무에게 다시 보내온 공문 원본과 검찰이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공문의 스틸 전무 '서명'과 이메일 등이 서로 다르며, 원래 2문단이었던 공문이 5문단으로 길어져 조작됐다는 것.

위조된 문건에는 "그 이벤트에는 삼성의 상속녀인 리제트 리 모리타가 참가할 예정이며 삼성 측 인사가 그녀를 에스코트할 것"이라고 추가됐다. 그리고 리제트 리의 3대의 전용기가 갈 것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이 문서가 이렇게 조작된 것이 삼성전자 TV 이벤트를 미끼로 마약을 운반하는 데 활용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리제트 리는 약 3년전에도 국내 모 인사를 통해 삼성과 이벤트를 위한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