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사퇴 잘했지만 이사 유지=갈등불씨"

30일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3,650원 ▲350 +0.81%)) 이사회에서 라응찬 회장의 사퇴가 공식화되자 금융당국과 금융계, 학계는 "라 회장이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서 다행"이라면서도 "이사직 유지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응찬 회장(좌) 이백순 행장(중) 신상훈 사장(우)이 30일 오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금융당국 "이사직 유지는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격"=라 회장이 사퇴를 공식 발표하자 금융당국은 일단 세 명 모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세 명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게 수순"이라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단 공동 비상체제를 꾸리고 3월 주총까지 5개월 동안 그 안에서 열심히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류시열 대행이 라 회장 사람이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것을 반대한다면 또 관치금융이다 뭐다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라 회장의 이사직 유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직무정지 수준이 예정된 라 회장이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회장직만 사퇴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의사결정은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늦었지만 잘한 것…여진 없어야"=금융계는 아쉽지만 이제라도 돼서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늦었지만 라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은 신한의 정상화를 위해 잘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신한 내부에서 빨리 후임자를 세워서 조직 안정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해 다른 은행권 전체에 불신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본부장은 "라 회장뿐만 아니라 3명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게 맞다"며 "이후 특별위원회 등은 내부에서 알아서 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라 회장이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는데 갈등의 불씨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도 "이번 신한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라 회장을 비롯해 이사회 등이 좀 더 빨리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며 "신한 내부에 갈라져 있는 분위기를 수습하고 역량 있는 사람을 불러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인 인사는 이사회가 판단할 문제다"면서도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중립의 의미가 달라지는 게 문제다"고 덧붙였다.

◇학계 "3인 모두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학계도 마찬가지 견해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 서울의 한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자의 중요한 존재 이유가 주주이익 극대화인데 지배구조 문제로 생긴 일이니까 라응찬 회장을 비롯해 신한 경영진 3인방 모두 퇴진하면서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외이사를 모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이사회를 전면 개편하는 것을 포함해 그룹차원에서 쇄신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가능한 경영진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바로 다음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가는 게 급선무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출신이냐 외부출신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 신한을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며 "주주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 금융이라는 게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감독기구와 커뮤니케이션 잘 하고 경영 전략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