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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존박…K슈퍼스타들, 유효기간은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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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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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문화비평

지난 23일 막을 내린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열풍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등을 차지한 도전자 존 박의 광고모델 선정,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우승자들의 지상파채널 출연 여부 등 미디어는 끊임없이 관련 이슈들을 쏟아내느라 바쁘다. 그리고 대중 역시 이 같은 이슈들에 매번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슈퍼스타K2’는 사실상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엠넷과 KMTV를 통해 동시 생중계된 최종회 합산 시청률은 무려 18.1%(AGB닐슨)에 달했다. 지난해 시즌1이 8.683%로 케이블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을 당시만 해도 ‘지상파를 위협할 수준’이라고까지는 얘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2는 위협을 넘어서 아예 압도를 해버린 것이다. 동시간대 여타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을 2배 이상 앞선 결과를 냈다. ‘케이블 천하’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거기다 대중 집중도도 어마어마했다. 시즌1 최종회 문자투표수가 20만 건을 기록한 데 비해 시즌2는 무려 130만 건을 기록했다. 그냥 TV를 틀어놓은 이들이 아닌 이른바 열성시청자층이 최소 130여만 명이 됐다는 얘기다. 이러니 종영 후 일주일 정도로는 열기가 쉬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시즌3에 대한 기대도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마냥 박수치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시각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아직 프로그램이 종영되기 전인 13일 게재된 OSEN 기사 ‘‘슈퍼스타K2’, 진짜 슈퍼스타 나오긴 할까’가 대표적이다. 기사는 “엠넷 ‘슈퍼스타K2’의 톱1은 과연 누가 될지에 대한 연예가 안팎의 관심이 최고조에 올랐다. 시청자들은 오늘(15일) 밤, 준결승에 오른 최종 후보 3인 장재인 존박 허각 당사자들 못지않게 마음을 졸이며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 프로그램에 열광할 것”이라면서도 “이제 남은 3인중 시즌1 서인국에 이은 두 번째 슈퍼스타K가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서인국이 과연 지금 정말 슈퍼스타인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기사는 “‘슈퍼스타K’는 시즌 1때도 열풍을 일으켰다. 물론 시즌2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았지만 당시에도 최종 톱1 서인국을 비롯 조문근 길학미 박세미 등 많은 후보들이 화제를 모았다. 그중 서인국은 가수 데뷔를 해 앨범을 내고 최근에는 타이틀곡 ‘애기야’로 활동하는 중이다. 박세미도 그룹 쥬얼리로 새 멤버로 투입됐고 길학미도 지난 봄, 소속사를 찾아 앨범을 냈다. 이렇게 몇몇 인물들이 가수 데뷔의 꿈을 이뤘거나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방송 때의 열기에 비하면 지금 그들의 성과는 부진하다”면서 “톱1이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려면 본인의 자질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공신력과 의미가 먼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슈퍼스타K’가 정말 슈퍼스타를 내놓지 못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존속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단 몇몇 이의가 제기될 수 있는 기사다. 가장 먼저 ‘슈퍼스타K’ 시즌1과 2 사이 대중 집중도 차이를 들 수 있다. 시청률은 2배 이상, 문자투표수는 6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가수 데뷔 발판이 되는 인지도 면에서 시즌1과 시즌2 도전자들을 같이 놓고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 외 미디어 보도건수 차이, 곧바로 이어진 존 박의 광고모델 선정,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게스트 초청 등 업계 반응 차이 또한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위 기사는 결론적인 측면에서 틀리지 않고 있다. ‘슈퍼스타K2’ 상위권 랭크자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실제 대중음악산업 ‘슈퍼스타’가 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위 기사는 ‘왜 그럴까’를 짚지 않은 채 결론만 제시하다보니 무리가 따른 것뿐이다. 그렇다면 기사가 제시하지 않은 ‘왜’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찾아야 할까.

너무 단순한 답이다. ‘슈퍼스타K’는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대중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보는 게 옳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에 대한 대중의 ‘가치’를 잘 포장한 뒤 방송프로그램으로서는 대중의 ‘요구’를 맞춰주고 있는, 꽤나 복잡한 메커니즘의 프로그램이다. 풀어보자.

문화소비에 있어 대중의 요구와 가치는 ‘원래’ 다르다. 대중은 독서가 고상하며 수준 높은 문화소비 행위라는 것을 알고, 그만큼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정작 ‘독서가 취미’라고 말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10년 만에 4분의 1 토막나버린 출판시장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대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1000만 명씩 몰려들어 관람할 정도로 그 요구가 팽배하지만, 뒤돌아서서는 ‘남는 것 없는 오락영화’라 비판하며 그 가치를 폄하하기 일쑤다.

가치라는 건 본래 자신의 요구 이상의 것, 자신이 지닌 속성과 한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야할 지점, 추구하는 지점이지 자신이 지금 서있는 지점이 아니다. 막장 현재의 자신에겐 버거운 것이다. 자신의 요구를 폄하하는 건 그래서 당연한 것이고, 타인의 요구를 가치의 잣대로 비판하는 것 역시 그래서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대중문화산업에서 이 가치와 요구의 충돌이 근래 들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대중음악 분야다. 그럴 수밖에 없는 역사적, 환경적 요인들이 있다.

먼저 한국은 기본적으로 연예인을 일종의 장인(匠人)으로 여기는 문화 환경이라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실력파가 우대받을 수밖에 없고, 실력이 뒤떨어지면 아무리 매력이 있더라도 폄하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한국 대중문화시장에선 연기 못 하는 배우가 스타가 되기도 어려웠고, 노래 못하는 가수가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신종 미디어가 앞 다퉈 등장한 뒤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대중음악 분야에서 변화가 심했다. 가수들의 외모와 퍼포먼스 등을 포괄한 비주얼 측면이 더 없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문화 환경 변화로 대중문화상품 주 소비층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도 겪었다. 이런 시장 요구를 반영한 것이 바로 소년소녀들을 모아놓은 아이돌 그룹이었고, 이들은 체계화된 산업 환경 내에서 곧바로 대중음악시장 중심에 서버리게 됐다.

문제는 신종 미디어들의 등장과 맞물려 대중의 요구는 변화했을지언정, 급격한 변화 탓에 아직 대중의 가치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중의 가치는 여전히 1990년대 중반까지 대세를 이루던, 고음영역을 폭발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성량과 한국대중 취향에 맞는 R&B 장르를 끈적하게 소화해내는 테크닉에 놓여있었다. 그러다보니 중학생만 돼도 똑같이 소화할 수 있는 소녀시대의 ‘지’를 광적으로 소비하면서도 정작 가치 면에서는 폄하해버리고, 소위 ‘가창력 있는 가수’들을 가치 면에서 지지하면서도 이들의 음원 하나 다운받지 않는 요구의 저하를 드러내버린 것이다.

이 같은 가치와 요구의 충돌을 가장 먼저 이용한 것은 아이돌 팬덤이었다. 타 아이돌 팬덤과 늘 마찰을 일으키는 이들은 ‘MR제거 음원’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가치 면에서 타 아이돌을 공격, 미디어 보도로까지 이어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가치와 요구의 충돌을 응용한 사례가 바로 ‘슈퍼스타K’라는 것이다. 동일 상황을 보다 체계적으로 산업화시켰다는 차이 정도만 있다.

‘슈퍼스타K’에서 상위권까지 올라간 도전자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시장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재능을 지닌 이들이다. 외모 면에서도 그렇고, 장기 장르 면에서도 그렇다. 그저 현 시점 대중에 먹혀들어가는 몇몇 가치들, 즉 폭발적 성량, 예술가 정신, 심지어 불우한 가정환경 등 마이너리티 감수성 자극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요소들을 버무려 놓은 총합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슈퍼스타K’는 이 같은 가치들을 모은 뒤, 이를 방송프로그램으로서 시장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서바이벌식 리얼리티-스테이지 병행 쇼로 포장해놓은 프로그램이다.

그런 점에서 위 기사에서 제시된 “‘슈퍼스타K’가 정말 슈퍼스타를 내놓지 못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존속의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실제에서 벗어나버린다. ‘슈퍼스타K’ 존속의 이유는 ‘슈퍼스타를 키워내는 쇼’라는 데 있지 않다. ‘대중의 가치를 반영하는 쇼’라는데 있다. 따라서 대중은 그 우승자들이 실제 슈퍼스타가 되건 못 되건 별 상관 안 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은 도전자들이 슈퍼스타가 되는 것을 보고 싶어 했던 게 아니라, 대중음악시장 흐름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자신의 가치가 반영되는 현장을 즐기고 싶었던 것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허각, 존 박, 장재인이 슈퍼스타는커녕 서인국처럼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조차 잡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방영될 ‘슈퍼스타K3’는 여전히 대박을 내고, 어쩌면 시즌2보다도 더 열렬한 반응을 얻어낼지 모른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같은 현상은 대중음악산업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지금은 부활했지만 2008년 일시적으로 방영이 중단됐던 KBS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시티’ 사건이 있다. ‘드라마시티’ 폐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드라마작가 57인이 ‘KBS여, ‘드라마시티’를 살려내라!’는 성명서를 통해 “단막극을 죽이면서 연속극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씨앗은 뿌리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겠다는 투기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뱉자 인터넷 여론은 들끓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프로그램을 폐지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참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돈만 벌려고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날려 버리냐, 저질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세상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등등 가치 토로의 향연이 일어났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시티’ 마지막회로 ‘돈꽃’이 방송됐을 때 시청률은 5.8%(AGB닐슨)에 불과했다. 바로 전주 시청률보다 1% 남짓 오르고 만 것이다. 그리고 2년 뒤 ‘드라마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단막극 프로그램이 KBS에서 부활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시청률은 ‘드라마시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3~4%대에 머물고 있다. 외려 약간 떨어졌다는 분석결과도 나온다. ‘슈퍼스타K’와 같은 상황은,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대중문화산업 어디서건 일어나는 꽤나 흔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다시 ‘슈퍼스타K2’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결국 허각, 존 박, 장재인 등은 주류시장과의 불일치 탓에 어떻게 하더라도 서인국 정도 이외에는 못될 운명인 걸까. 대중이 자신의 가치를 반영받기 위해 동원된 일종의 대리만족형 인형들에 불과한 걸까. 그렇게 끝나는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들도 주류시장에서 일정부분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큰 파이는 아닐지라도, 대중이 자신의 가치를 최소한도로나마 충족받기 위해 만들어놓은 시장의 한 귀퉁이, 작은 파이 정도는 언제나 존재해왔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 예컨대 김장훈, 싸이, 박정현 등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정도는 침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종의 타임 리미트가 있다. 이에 대한 지적은 특이하게도 개그맨 윤형빈의 캐릭터 왕비호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윤형빈의 왕비호는 지난 19일 방영된 KBS2 ‘개그콘서트’에서 서인국에게 “대단한 친구이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왜 이리 열심히 활동하겠냐. ‘슈퍼스타K2’ 우승자 나오면 끝난다”고 신랄한 독설을 퍼부었다. 맞는 얘기다. 다음 번 ‘슈퍼스타K’ 우승자가 나오면, 이전 우승자의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해 버린다. 동시에 시장 안착에 실패한 낙오자 이미지만 덮어쓰게 된다. 그때부터는 도로 0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김장훈이건 싸이건 박정현이건 간에, 그런 특수시장을 파고 들어갈 기회의 시간은 단 1년뿐이라는 얘기다. 그 짧은 1년 간, ‘슈퍼스타K2’ 상위권 도전자들의 건투를 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한국처럼 문화 동네축구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장에서라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승부의 출발선에나마 서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내년에 응시하게 될 ‘슈퍼스타K3’의 예비도전자들에게도, 자신이 목적하는 바,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설정한 뒤 뛰어들라는 충고를 한 마디 덧붙인다.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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