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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내려앉은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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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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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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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포천 산정호수

경기도 포천 깊은 산중에 산정호수가 있다. 사계절 인기 있는 호수로 이즈음은 낙엽 덕분에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연인과 함께 산책로를 한바퀴 거닐다보면 어느새 가슴 속 깊숙이 자리 잡은 호수를 발견하게 된다. 가을이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 떠나기 전, 산정호수에서 그 마지막 정취를 누려보자.

경기도 포천 영북면 산정호수(山井湖水)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호수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25년 아랫마을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둑을 쌓아 만든 저수지다. 명성산과 망봉산, 망무봉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깊은 산중의 우물' 같다 하여 산정(山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기에 '호수'라는 서정적인 단어가 붙으면서 산정호수가 됐다. 이름 한번 잘 지었다.



산책로 한바퀴 도는 데 1시간30분이면 넉넉

이름만 좋은 게 아니다. 호수의 풍치도 제법 빼어나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봄의 신록과 벚꽃, 여름의 울창한 숲과 시원한 호수는 이미 소문이 났다. 또 가을이면 들꽃과 명성산 억새가 황홀하고, 겨울엔 꽝꽝 얼어붙은 빙판에서 스케이팅도 즐길 수 있다. 깊은 산속이라 공기 좋고 물 맑은 데다 경관까지 좋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산정호수 상동매표소(승용차 1500원)를 지나면 곧 왼쪽으로 커다란 주차장이 보인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산정호수를 한바퀴 걸으면 된다. 어느 쪽으로 먼저 가든 괜찮지만 보통은 서쪽 산책로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돈다. 호숫가 산책로는 약 3~4km. 구경하며 천천히 거닐면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산정호수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 제법 번잡하기까지 한 식당가를 벗어나 낙엽 휘날리는 산책로를 10분쯤 걸으면 김일성의 별장터가 나타난다. 6·25전쟁 전 김일성은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별장터 뒤는 구름다리. 명성산 암봉이 수면에 잠겨있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다. 호수의 물은 구름다리 아래를 지나 산정폭포로 흘러내린다. 수량 많은 여름이라면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겠지만 갈수기인 늦가을엔 물이 거의 없어 폭포라기보다는 벼랑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구름다리에서 돌아선다. 하지만 본격 산책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서쪽 산책로는 호수를 바싹 끼고 이어진다. 전망 좋은 곳엔 쉬어가라고 긴 의자도 갖춰놓았다. 도중 '사유지가 있어 출입을 금지하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는 작은 플래카드도 보이지만 요즘은 통행이 가능하다.



산책로는 아름드리 솔밭 사이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흙길이다. 숨을 깊이 들이쉰다. 늦가을 냄새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호수에서 한가로운 유영을 즐기던 오리떼가 인기척에 놀라 이따금 푸드득 날아오른다. 이렇게 20여분 걸어 이윽고 호수 상류의 끝자락에 닿을 무렵 눈앞에 오래된 고택 한채가 나타난다. 최근 끝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의 집이었던 '대성참도가'다.

호수 상류 주변은 식당가로 이루어져 있다. '산정야영식당'과 '허브내음' 골목길을 빠져나와 오른쪽 길을 따르면 다시 산책로로 이어진다. 호수 동쪽 산책로는 이전의 서쪽 산책로보다 널찍하고 정비도 잘 돼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많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걷는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띈다.



왕건이 기도를 올리던 명성산 자인사

중간에 잠시 산책로를 살짝 벗어나 왕건이 기도올린 곳이라는 자인사(慈仁寺)를 들러보자. 키가 10m가 넘는 소나무 빼곡한 솔밭 사이로 부드러운 S라인을 이루고 있는 100m 정도 되는 절집 진입로는 꽤 운치 있다. 그 솔밭 끝에 절집이 자리하고 있다.

절집으로 오르는 계단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고려 태조 왕건과 얽힌 전설이 전해오는 '잿터바위'다. 왕건이 태봉국 궁예의 장수로 있을 때인 905년, 후백제의 금성을 공격하라는 명을 받은 왕건은 떠나기 전 이 바위에 제물을 올리고 제를 지냈다. 그날 밤 산신령이 현몽하자 왕건은 자신감을 얻고 전투에 나가 승리하게 됐다. 이후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한 뒤에도 국가의 안녕을 기원할 때면 이 바위에 제물을 차려놓고 정성을 드렸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곳에 작은 암자를 세우면서 '신성암'이라 한 게 자인사의 시초다.

계단을 올라서면 큼직한 석불이 눈길을 끈다. 미륵보살의 화신이라 하여 존경받았던 포대화상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해주고 복을 주는 부처라 하여 '구빈복불(救貧福佛)'이라고도 불렸다. 불쑥 솟은 배를 드러낸 채 껄껄 웃는 그 모습은 삶에 지친 사람조차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명성산 암봉과 잘 어울리는 극락보전 앞의 자인사 약수로 목을 적시고 절집을 벗어난다. 솔밭을 지나 호숫가로 내려선다. 산책로엔 낙엽이 수북하다. 이따금 바람이 불면 낙엽이 우수수 호숫가로 떨어진다. 만추의 햇살을 받은 수면엔 작은 파문들이 생긴다. 가을의 뒷모습이다.



여행정보

●교통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정부 나들목→의정부→43번 국도→포천→영북→78번 지방도→산정호수 <수도권 기준 1시간30분 소요>

●숙식 산정호수 주변엔 산정호수한화콘도(1588-2299), 산정호수유스타운(031-533-5011), 산정캠프(031-534-3194, www.sanjeongcamp.com) 등이 있다. 이외에도 등산로민박(031-532-2446), 아름다운펜션(031-534-1276), 굿모닝펜션(031-534-7313), 산정리조트(031-534-4861), 산정호수파크텔(031-531-6843) 등 숙박 시설이 많다. 산정호수 주변엔 포천이동갈비를 차리는 식당도 여럿이다.

●참조 산정호수 관리사무소 031-532-6135, 홈페이지 www.sanjungh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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