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의사 밝히라" 한솔건설 워크아웃 표류

채권단과 모그룹의 '이견'으로 한솔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불투명해 지고 있다. 채권단은 한솔그룹이 최근 제출한 '한솔건설 정상화 방안'에 실효성이 없다며 그룹 사주에게 정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번 주에 하기로 했던 한솔건설 신용평가를 한솔그룹 계열주의 입장을 들어본 후 다음 주초쯤 진행키로 했다. 이에 앞서 한솔그룹은 지난 2일 그룹 차원의 지원 방안과 채권은행의 만기연장 및 출자전환 등을 담은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그룹에서 한솔건설 정상화 방안을 냈지만 실효성 있는 내용이 없었다"며 "계열주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에게 한솔건설에 대한 정확한 의사 표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한솔그룹이 그룹 차원의 지급보증과 사주의 사재출연이나 담보제공 등은 거부하고 채권단에 일방적인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기업 상시평가에서 한솔건설이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을 받은 것은 그룹의 지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며 "이제 와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고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채권단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부적절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한솔그룹은 그러나 그룹 차원의 지원은 법적으로 '배임' 소지가 있는 데다 사외이사와 주주들이 반대하고 있어 한솔건설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그 동안 그룹 차원에서 상당액을 한솔건설에 지원하는 등 대주주 역할을 다 했고 성공적인 워크아웃이 되도록 법적으로 가능한 한도 내의 정상화 방안도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한솔건설과 주주 계열사간 채권 채무 관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지원이 이뤄질 경우 '배임'에 해당된다"며 "다른 주주들의 '집단소송' 우려도 있어 이런 입장을 채권단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한솔그룹 사주의 한솔건설에 대한 지원 의사 표명과 그룹의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나와야 워크아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주가 정확한 의사를 표명해야 내주 초쯤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건설은 한솔그룹 계열 한솔제지 (2,790원 0.00%)(49.55%)와 한솔EME(50.45)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로 건설업계 시공능력 순위 100위의 건설사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 해 매출 1850억원에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한솔건설에 대한 시중은행 익스포저는 1100억원 수준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1400억원)을 포함하면 금융권 부채가 25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