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 "시베리아 개발 등 경협 대폭 확대" 합의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 20주년을 맞아 인적교류와 자원개발, 경제현대화 등의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실질적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양국이 이 날 체결한 협정 및 양해각서(MOU)는 모두 21건. 이 중 양국 정상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체결된 것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한시적 근로활동에 관한 협정', 해운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해운협정' 등 협정 2건과 △경제현대화 협력 △방송통신협력 △러시아 극동지역 수산업시설 투자 △포스코-메첼간 극동시베리아 자원개발 등 MOU 9건이다.

이번에 체결된 근로활동 협정에 따르면, 앞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 및 상사 주재원과 가족들에게 1년짜리 비자가 발급되고 연장시 최장 3년의 체류를 보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매년 노동허가와 비자를 갱신하는 불편을 덜게 됐다. 또 러시아가 한국에 제공한 연간 노동 쿼터를 폐지하고 양국간 비자신청 서류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지속적인 인적교류 확대와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개선, 그리고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한국-러시아간 항로를 개방하고 항만 안에서는 양국 국민에 대해 대우하며, 해운을 통한 소득을 이전 과정을 자유롭게 하는 내용의 '해운협정'도 체결했다.

양국 민간기업간 투자 협력도 한층 확대된다. 포스코는 러시아 메첼사와 극동지역 제철소 설립, 제3국 철광석 및 석탄광구 개발 등에 대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전력, LG상사 등도 러시아 진출에 동참했다.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송전공사와 함께 극동지역에 고압차단기 공장을 설립하고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공동연구소를 설립하는 내용의 전력망 현대화 협력사업을 펼친다.

한전과 LG상사는 '스마트그리드 및 배전망 현대화 협력 MOU'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한국기업이 참여한 러시아 전력 프로젝트에 대해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MOU를 러시아 배전공사와 각각 체결했다.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 유·가스전 및 광물자원 개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에 공급하는 사업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는 국제 핵에너지인프라 구축 계획과 앙가르스크 국제우라늄농축센터에 동참해 줄 것을 제안했고, 한국은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 최초 우주인 양성과 제1·2차 나로호 발사 등 우주기술 협력을 평가하고 나로호 3차 발사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자"며 우주항공 기술의 지속적 협력에도 공감했다.

이밖에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한·러 가스관 건설, 송전망 부설사업 등 협력을 확대하고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한국 어선의 조업 협력 방안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정상회담에 앞서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은 러시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지역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인들이 러시아 경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