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G20, 의미있는 진전 이루고 막 내렸다

주요 20개국(G20)이 12일 환율갈등 해소를 위한 핵심 쟁점인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시한을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기로 하는 내용의 '서울선언문'을 발표하고 폐막했다.


정상들은 경주에서 합의된 환율에 관한 3가지 원칙에 ‘환율의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부분을 추가해 시장결정적 환율로의 이행에 한 발을 더 내딛었다. 또 신흥국의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해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규제도 제한적으로 인정해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건 하나를 보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정상회의 합의 사항은 환율전쟁에서 벗어난 것으로 굉장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정상들은 금융회사에 대한 강화된 자본과 유동성 규제인 `바젤Ⅲ'를 최종 확정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금융규범의 출범을 선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쿼터(지분) 개혁 문제도 마무리해 세계 경제에서 신흥국의 입지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논의해 온 '코리아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의제는 정상들의 지지 속에 승인됐고 기업인들의 회의인 비즈니스 서밋은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모든 내용을 담은 서울선언문은 서문 20개 항에 합의문 74개 항으로 구성돼 한글판 기준으로 A4 용지로 40쪽에 달할 정도로 두터웠다. 부속서 3개까지 포함하면 5차례의 G20 정상회의 가운데 가장 방대한 분량으로 그만큼 서울정상회의에의 성과가 컸음을 증명했다.

특히 난제였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시한설정에는 이 대통령의 정상 외교 노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업무만찬에서 정상들에게 경상수지 시한을 합의하자고 설득해 결국 동의를 이끌어 냈다.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한국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회의였다"며 "각국의 의견 차이를 해소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대통령의 외교력이 컸다"고 말했다.

정상들의 반응은 미묘한 온도차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하며 G20을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20은 글로벌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보탬이 될 것이며 경제 성장 및 갈등 해소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각국은 서울 합의에 따라 강력하고 안정적이며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기본 틀을 개선하고 협력적 발전을 추진하는 한편 시장개방을 옹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신 반응도 긍정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서울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된 것은 G20이 글로벌 경제 협력 메커니즘에서 신뢰 가능하고 유용한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지는 못했지만 계속 차이를 좁혀나가기로 합의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환율과 경상수지를 둘러싼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며 언제든 재연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정상회의 직후 “자국 환율에 영향을 주는 정부에 대해 그저 '윤리적 규제'만을 가하기로 했다"며 "환율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88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 때마다 보여 줬던 시민의식이 다시 한 번 발휘되며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사공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국민들이 G20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확신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시민의식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