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사는 대한항공, 부채비율 괜찮을까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이 내년 A380 등 대량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부채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 A380 5대를 비롯해 A330-200 2대, B777-300ER 3대 등 여객기 16대와 화물기 B747-8F 2대 등 모두 18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2000년 17대의 신규 항공기 도입을 제외하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항공기 도입이다.



◇ 창사 이래 최대 항공기 도입..비용부담 수 조원 이를 듯


도입 비용도 엄청나다. A380의 대당 판매가격이 평균 3억4630만 달러(약 380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입비용이 수 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도입이 6∼7년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직후 1%의 선급금과 도입 1년 전후로 60∼70%의 대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소요될 금액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몇 년간 대한항공 현금흐름 상의 도입비용 분산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 때문에 내년 운용리스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운용리스가 확정된 항공기는 4대뿐이지만,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용리스 항공기를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운용리스는 사용권만 있을 뿐 장부상 자산으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9월 말 현재 대한항공의 운용리스 규모는 보유 항공기 130대 가운데 23대(17.7%)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70%)이나 캐세이퍼시픽(50%), ANA항공(20%) 등과 비교하면 여유가 있는 편이다.

대한항공 재무본부 관계자는 "내년 도입 항공기가 많고 비용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래된 비행기를 처분하고 수출신용기관(ECA) 보증부로 차입을 하게 되면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민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도입 항공기 대부분을 운용리스로 돌린다고 한다면 내년 최소 1조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올해 1조 6000억원, 내년 1조 8000억원에 달해 내부 유보를 통한 투자재원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작년 항공기 취득과 관련해 유출된 현금이 1조 8000억원에 이르는데, 내년 도입 규모가 18대에 달한다면 차입금이 부담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내년 항공기 도입비용만 2조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선급금 환급 등을 감안했을 때 장부상 차입금이 내년에는 1조 5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 채권단 "항공기 도입, 부채비율에 영향"

차입금이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채비율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한때 500%에 육박했으나, 올 9월 말 현재 400.64%로 개선 추세다.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데다, 영업이익도 꾸준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영업이익이 계속 나고 있어 부채비율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 항공기 도입이 부담이긴 하지만, 원화환율만 올라가지 않는다면 부채비율이 추가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채권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항공기 도입 일정을 조정하기는 어렵지만, 부채비율 만큼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 항공기 도입계획은 2000년대 초에 계획했던 것이라서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항공기 도입으로 인해 부채비율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채권단이 올 상반기 한진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이행성과를 평가한 결과, 부채비율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입금 부담을 줄이지 못할 경우, 내년으로 예정된 MOU 졸업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가능하다.

대한항공은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해 부채비율에 대한 탄력적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내년 도입예정인 A380과 B787 등은 조양호 회장이 추구하는 명품 항공사로의 도약에 필수적인 주력 기종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선해운업과 항공업종은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부채비율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며 "부채비율을 맞추다보면 기재도입을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