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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매각 주관사 '작업'의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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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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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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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2월01일(08:5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전쟁에서 심리전의 역할은 막중했다. 흔히 전쟁에 비유되는 M&A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개 심리전의 주요 목표는 두 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명분 쌓기. 나치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Paulus Joseph Goebbels)를 통해 '대량 아사 괴담'을 유포한 게 대표 사례다. 지금보다 10년은 더 된 옛날 사진을 들이밀며 "국민들이 쫄쫄 굶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해방시켜야겠다"고 침공 명분을 만든 것.

광고전이 주력이 되어버린 현대건설이 아니더라도, M&A에서는 이런 명분전이 자주 등장한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때처럼 대기업간 경쟁이 붙을 때는 일제히 나서 "우리가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암시가 그득한 이미지 광고를 내보낸다.

실제로 심리전이 큰 효과를 보는 경우는 따로 있다. 바로 '공포심'을 조장할 때다. 상대방에게 이런 저런 루머로 일종의 공황 장애를 일으킨 후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보니 공포감 앞에서는 누구나 성급한 결정을 내리거나 실수를 일삼는다.

상거래에서 이런 심리전이 흔히 통용되는 곳이 부동산 중개업소다.

'OO빌딩'이 매물로 나왔는데 중개업소가 유력한 매수자를 찾는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돈깨나 가진 사람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익 앞에 철두철미한 매수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기가 쉽지 않다. "글쎄요"를 연발하는 매수자를 자극하려면 경쟁자를 들이미는 게 최고다.

일단 나 말고 남들이 더 좋다고 하면 갑자기 그 물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인지상정. 연기라도 할 요량으로 건너편 중개업소에 전화하면서 "다른 부동산에서 어떤 손님이 지금 그 가격에 가계약 한다는데요?"라는 멘트라도 날려주면 그때부터 점잖 떨던 고객은 당황하고 앞뒤를 안 가리기 시작한다. 이 모두가 "우물쭈물하다가 좋은 매물을 남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심 때문이다. 대상이 OO빌딩이 아니라 OOO社일때도 상황은 똑같다.

그러나 이런 심리전에서도 노련한 고객은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한다. 아예 중개업소를 찾기 전부터 "이 가격을 넘으면 안산다"는 자신만의 한계가격(walk away price)를 준비한다. 한술 더떠 OO빌딩의 실제 값어치가 얼마인지, 시장에서 살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까지 확실하게 조사해놨다면 중개업소의 심리전에 휘둘릴 일도 없다. 그래서 거래 경험이 무섭다.

여기서 관건은 중개업소가 펼치는 '작전'이 용인되는 정도다.

당장은 매수자 입장에서 만났지만 얼마 뒤에는 매도자 입장으로 중개업소를 찾을 수 있다. 지난 번 거래에는 매수자 입장이다보니 작전에 휘둘린 감이 없지 않지만, 그게 오히려 이 중개업소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상대편으로 만나봤더니 물건 잘 파네. 다음번에 이곳을 이용해야겠다". 매수자가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면 이 중개업소는 장사를 잘한 거다. 중개수수료도 벌고, 미래의 고객까지 얻어냈다.

그런데 아무리 업계에서 통용되는 작전이라도 해도 허용되는 마지노선이 있다.

매물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든가, 혹은 '과장'과 '허위'사이의 수위조절이 안된다든가, 팔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쳤는데 시간이 지나 알고 보니 아예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든가. 이런 일이 이어지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난다. 자칫 두번 다시 그 중개업소를 찾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평판이 되고 입소문까지 나버리면 중개업소는 향후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등장한 탓에 규모보다 더 큰 주목을 받는 딜이 '메디슨'이다. 최근 메디슨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개업소 역할을 하는 JP모간,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매각주관 3사에 대해 이런 저런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관사 가운데 일부는 그저 중개업소가 아닌, 매물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기도 하다. (우리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메디슨 사모펀드의 출자자여서 매각이 잘 되면 수수료와 배당이익을 모두 얻는다) 그만큼 사안이 민감하다.

하긴 매각자의 의도에 충실한 중개업소가 무슨 죄가 있을까. 그게 본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큰 손'을 상대할 때는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평가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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