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 편'에 일부 허위사실 인정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제작진에게 명예훼손 고의가 없었고 공익에 의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2일 PD수첩 광우병 편을 방송, 협상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불구속 기소된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광우병 편에 포함된 주저앉는 소(다우너소) 부분은 '화면에 나온 다우너소가 광우병에 걸렸거나 광우병 위험성이 높다'는 인상을 준다"며 "1997년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소들 가운데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지 않은 것을 미뤄볼 때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간광우병(vCJD) 감염의 의심받다 사망한 미국여성 아레사 빈슨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는 "(취재 당시) 빈슨의 사인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후 부검결과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다"며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는 인상을 준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

'MM형' 유전자를 보유한 한국인이 94.3%에 달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전체 한국인의 94%가 병에 걸린다고 보도한 것 역시 "MM형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100%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외에 '수입협상으로 특정위험물질(SRM) 5가지 부위가 수입된다', '정부협상단의 실태 파악이 잘못됐다'는 내용은 각각 "SRM의 분류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정부 협상에 대한 비판"이라며 허위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광우병 편에 일부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편집이 포함됐더라도 조CP등에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의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의 먹을거리와 같이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내용에 포함되는 사안을 두고 정부의 협상 태도를 비판한 것은 언론의 감시·비판의 기능이라는 설명이다.

재판을 마친 후 PD수첩 제작진들은 "재판부가 일부 허위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려는 언론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라며 "실수업이 완벽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와 선고를 지켜본 정운천(56) 전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재판부가 3가지 보도에 대해 허위라고 인정해 반은 풀린 것(인정받은 것)"이라며 "상고 여부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왜곡 보도, 당시 협상단 대표 민동석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과 정운천 전 농림식품수산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 CP 등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조CP 등은 2008년 방송한 광우병 편 보도로 인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보도가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