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안된다"…한미FTA에 日기업 '위기감' 비명

"자동차, 부품, TV 가전시장 모두 놓친다"
"승부가 안된다. 따라잡을 기회조차 없다"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타결되자 일본 대기업 임원들은 탄식부터 내뱉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일본 기업들이 한·미 정부의 FTA 합의로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은 내년 7월 유럽연합(EU)과의 FTA를 발효하기로 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도 단계적인 관세 철폐를 누리게 돼 앞으로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일본도 미국과 FTA를 맺어 한국기업들과 같은 링에 서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 전자회사 임원은 "일본이 FTA를 가속화하지 않으면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도시유키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의 광범위한 FTA 구상이 실현된다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며 "같은 씨름판에서 싸우게 해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마이니치는 미국 평면TV 시장에서 삼성과 LG전자 (92,200원 ▼600 -0.65%) 등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라며 지난해 삼성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27.3%였으나 소니와 파나소닉은 각각 15.1%와 8.1%에 그쳤고, 올해 3D TV 시장도 한국기업들이 석권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 자동차 시장에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2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252,500원 ▲3,000 +1.20%)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대형업체 중 유일하게 8.9% 증가했다. 현대차는 올해 역시 기세를 이어가며 지난 3분기에는 기아자동차와 합친 점유율이 닛산을 넘어섰다.

지난달 판매 실적에서도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토요타는 3.3% 감소해 대형업체 중 유일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아직 일본 업체들이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한미FTA에 따라 관세 철폐 효과를 누려 제품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면 일본 기업들로서는 우위에 있던 시장을 지키거나 열세에 놓인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추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일본 정부에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파트너십(TPP) 참여와 미국, EU 등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당내 이견이나 피해 업계 보호 문제 등으로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EPA 협상의 경우 농업 부문 피해 문제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으며 EU와는 EPA 교섭 개시만을 합의한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같은 일본 정부가 세계적인 자유화의 물결을 놓쳤다는 지적은 물론 심지어 한국의 뒤꽁무니만 좇아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