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사장 사퇴 표명…신한사태 수습 국면

신상훈 신한지주 (41,150원 ▼750 -1.79%)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합의에 이르며 3개월 남짓 이어진 신한금융 내분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섰다.


신 사장은 6일 오전 자진 사퇴 결심을 굳히고 이날 신한은행에 사퇴서를 제출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의 사퇴서를 받는 대로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다.

이로써 지난 9월2일 신한은행의 신 사장 고소로 촉발된 신한지주 내분 사태는 큰 고비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 사장은 그동안 이 행장과의 동반퇴진을 주장해왔으나 조직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은 사퇴 결심과 관련, "30년 동안 있으면서 목숨과 같이 여겼던 신한지주를 더 이상 만신창이로 만들 수 없다"며 "재일교포 이사들의 3자 퇴진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격 합의 배경은=9월 초 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한 이후 라응찬 전 회장을 비롯해 신한지주 내부에서는 신 사장과 이 행장의 화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9월 중순 신 사장 직무정지가 결정된 이사회 직전에도 라 회장이 두 사람의 합의를 요구했으나 이 행장이 자신의 사퇴를 거절하며 불발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행장은 신 사장 사퇴 시 고소취하를, 신 사장은 동반퇴진을 요구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11월 말 라 전 회장을 비롯한 3인이 검찰 소환되는 등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3인 모두 불명예 퇴진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생기며 화해 시도가 재차 이뤄졌다. 이들은 이번 내분 사태로 조직의 위상이 흔들린 데다 3인 모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면 조직 안정과 차기 후계구도 수립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데 뜻을 같이했다는 분석이다.

11월 말~12월 초 다시 의견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이 행장의 5억원 수수건 등을 두고 의견차가 있는 등 여러 차례 합의가 불발된 끝에 이 행장이 먼저 합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과 이 행장은 지난 4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합의문 초안 작성을 끝냈다. 신 사장은 전날 밤 늦게까지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측근들과 논의를 한 끝에 이날 이른 아침 마음을 굳혔다.

이에 따라 라 전 회장에 이어 신 사장이 자진사퇴하고 이 행장만 현직에 남게 될 전망이다. 3인 모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이사직은 유지, 지배구조 개편 논의 및 조직 안정 등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합의 이후 남은 과제는=신 사장과 이 행장의 합의에도 불구, 신한지주가 안정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고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도 부담으로 남아있다. 신 사장은 오는 7일 경 검찰에 재소환 돼 추가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 수사 결과 3인 중 누가 기소되느냐와 후계자 선임 등을 놓고 갈등이 재현될 여지가 있다. 특히 이 행장의 거취 여부가 관심사다. 일단 이 행장은 현직을 유지키로 했지만 검찰 수사나 금감원 검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지주의 정기인사나 차기 행장 직무대행 선임(이 행장의 사퇴를 가정할 경우) 등이 실제 이들의 화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신 사장과 이 행장이 탕평인사를 실시할 것을 구두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다. 인사 시 신 사장 관련자들에 불이익이 없을 것을 약속한 셈이다. 대신 신 사장은 이 행장에 대한 동반사퇴 요구를 접고 조직안정에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한은행의 권점주 부행장, 이영훈 부행장, 김형진 부행장 등이 이달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경영진을 놓고 양측의 대리전으로 번질 경우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정은 요원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신한지주는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한 단계로 특별위원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장 및 사장으로 된 대표이사 체제를 변경, 사장직을 없애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