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의 엠블럼이 돼야 한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성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자칫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되려고 하다가는 어느 한 사람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또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전근대적인 생각이다.

오늘날은 종족(tribe)마케팅 시대다. 소비자들은 가치관이나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이 각기 다른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돼 있다. 패션트렌드에 민감한 종족, 주말이면 특정 레저활동에 몰입하는 종족, 명품 중독에 깊이 빠진 종족, 돈은 많지만 알뜰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종족 등 수없이 많은 종족이 모여있는 곳이 시장이다.


이처럼 특성이 현격히 다른 종족들을 한꺼번에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브랜드는 스스로 어느 종족과 관련된 브랜드인지, 어느 종족을 만족시키기 위한 브랜드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특정 종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그들과 정서적 유대감(Emotional Attachment)을 강하게 맺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욕구 동기유발에 관한 5단계 설을 제시했다. 첫 번째 단계는 배고프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은 것과 같은 '생리적 욕구'다. 두 번째는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세 번째는 '소속감과 애정에 대한 욕구'다. 그리고 네 번째는 '인정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며,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부분 소비자는 자아실현의 욕구 단계, 즉 최상위 단계에 도달해 있다. 과거엔 옷에 진흙이 묻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부츠를 신었지만 오늘날엔 자신의 멋이나 패션스타일을 드러내기 위해서 부츠를 신는다. 부츠에 대한 욕구가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로 이동한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이(John Kay)는 요즘의 소비자 특성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떤 사람은 최고급 브랜드의 향수를 뿌리면서 '나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BMW에서 내리면서 '나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맛이 강한 맥주병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개성이 있는 젊은이지'라고 말한다."

매력적인 사람,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사람, 개성이 있는 젊은이. 이와 같이 제품의 특성이나 기능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표현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늘날의 소비자 욕구가 '자아실현의 욕구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자아실현이란 자신이 꿈꾸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이러한 욕구 해소를 위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것과 물리적, 혹은 문화적으로 동일한 것을 소유함으로써 희망집단과 동질화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예컨대 캘빈클라인(CK) 속옷을 입는다는 것은 '젊고, 세련된 패션감각을 갖고 있고, 개성을 추구하는 종족', 즉 CK종족과 자신을 동질화하려는 심리적 행위다.

부유함과 높은 품격의 삶을 꿈꾸던 사람은 바로 그런 종족의 엠블럼(emblem)인 메르세데스-벤츠를 소유하려고 하고, 일탈의 자유로움과 낭만 그리고 야성적인 삶을 갈망하는 사람은 바로 그런 종족의 엠블럼인 할리데이비슨을 소유한다,

자신이 꿈꾸는 종족과 동질화하는 것은 곧 자아실현의 욕구 충족이다. 브랜드는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종족의 엠블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어느 특정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것은 "나, 이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야!" "나, 이런 것을 이룬 사람이야!"를 외치는 것과 효과가 같아야 한다.

러닝셔츠를 구매하기 위해 판매대 앞에 선 소비자가 BYC, 나이키, 캘빈클라인, 이 3가지 브랜드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제품의 품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종족이 되기를 희망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