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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기침체 난적 '혐(嫌)소비 세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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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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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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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충분해도 불요불급 소비 않는 버블 붕괴 이후 세대

#일본 도쿄 이케쿠부로의 한 맨션에 살고 있는 직장인 미우라 코지(29·남)씨는 최근 직장 생활 5년 만에 1000만엔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연봉이 300만엔에 조금 못 미치지만 절약 습관이 강해 맨션 월세 같은 의식주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비만 하다 보니 젊은 나이에 큰돈을 모으게 됐다.

그런 코지씨에게 자동차 판매 영업을 하는 한 친구가 찾아와 중저가의 토요타 자동차 구입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코지씨는 "자동차를 사는 건 바보나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코지씨는 다름아닌 최근 일본 경제에 새롭게 등장한, 소비를 싫어하는 '혐(嫌)소비' 세대다.

↑마츠다 히사카즈 JMR생활종합연구소 대표가 펴낸 책 '혐소비 세대의 연구'. 이 책에서 저자는 불요불급한 소비를 악으로 생각하는 혐소비 세대가 최근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역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츠다 히사카즈 JMR생활종합연구소 대표가 펴낸 책 '혐소비 세대의 연구'. 이 책에서 저자는 불요불급한 소비를 악으로 생각하는 혐소비 세대가 최근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역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앞날에 난적이 등장했다. 좀처럼 소비를 하지 않는, 소비하기를 싫어하는 '혐소비' 세대다.

물건을 팔아야만 하는 기업과 소비를 키워야 하는 정부로선 이들 혐소비 세대는 경기회복의 난적이다. 일본 경제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업계는 웬만해선 차 살 생각이 없는 이들 젊은 미래 고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최근호 기사를 통해 이같은 혐소비 세대의 특성과 등장 배경을 비롯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며 단지 구두쇠가 아닌 '쿨한 소비자'라는 새로운 일본인상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외식·여행 싫어하는 버블 이후 세대

요즘 일본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선 "젊은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옷도 사지 않고 외식도 하지 않는다. 여행도 가지 않고 절약과 저축에만 힘쓴다"는 하소연이 들끓고 있다.

도쿄의 20대들은 "자동차를 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차 없이는 생활이 매우 불편한 지방에서도 "현금이 충분할 때만 차를 살 것"이라는 젊은층이 많다.

이들 혐소비 세대는 "술은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에 마시고 싶어 하지 않다"고 하고, 데이트는 고급 레스토랑보다 차라리 집에서 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대형TV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가전제품이다. 여자의 경우 화장품에 1000엔 이상 쓰는 것은 어리석은 소비 습관으로 치부된다.

이들은 수입 브랜드의 비싼 옷을 입는 것보다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싼 옷을 사는 걸 더 좋아한다. 할인 쿠폰이 없으면 노래방이나 음식점에 가질 않는다.

1980년대 경제 버블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지금의 40~50대 들에겐 격세지감이 느껴질 법한 일들이지만 버블 붕괴 이후를 살아온 혐소비 세대들에게 이런 낭비 없는 '콤팩트'한 소비 스타일은 '쿨'한 것으로 통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큰 '버블 후 세대'

혐소비 세대들의 소비 성향은 그들이 자라온 시대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혐소비 세대들의 범위도 1980년 전후에 태어나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이들로 한정된다. 즉 버블이 꺼진 후부터 성장하며 의식을 키워 온 세대다.

이들은 일본 사회를 뒤흔든 숱한 충격들 속에서 자라왔다. 사춘기 시절인 10대에는 한신·이와지 대지진이 일어났고,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 이지메(왕따) 자살 유행, 금융 빅뱅(구조조정), 고이즈미 구조개혁을 경험했다.

특히 이지메 문제는 이들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되고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하며 가능한 한 어떤 일에 깊게 관련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엇보다 동료들로부터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대신 자신이 '스마트'한 모습으로 비춰지길 원한다.

이같은 의식이 '상승지향'과 '경쟁지향', 열등감을 만들어 냈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남에게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의식이 깊어졌다. 또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취업 빙하기'를 보내면서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같은 환경에서 공통의 세대 심리가 나타났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또 그래서 소비심리는 억제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들은 10대 이후로 인플레이션을 체험하지 못했다. 물가는 늘 완만하게 떨어지는 것이었다. 따라서 어떤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 기다렸다가 값이 떨어지면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일본 경제의 난적 혐소비 세대 어떻게 공략할까

혐소비 세대에 대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62%는 독신이며 58%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 전체의 48%가 정규직이며 남성들의 정규직 비율은 65%에 이른다. 또 연소득 300만엔 이상이 50%를 넘어 이들 세대를 결코 저소득층으로 볼 수 없다.

또 이들이 속한 버블 붕괴 이후 세대의 지출 감축 의향은 35.7%로 여러 세대들 중 최고 수준이다. 반면 1940년대 후반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는 20%에 그치고 있다. 즉 돈이 없어서 소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다른 세대에 비해 수입에 걸맞는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성이다.

이처럼 고집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생각들로 가득찬 혐소비 세대들의 등장에 상품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기업들은 난적을 만난 셈이 됐다. 혐소비 세대가 더욱 커질 경우 일본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혐소비 세대라는 말을 만들고 지난해 말 관련 연구서를 펴내 화제를 일으킨 마츠다 히사카즈 JMR생활종합연구소 대표는 "최근 일본의 경기침체는 버블 붕괴 이후의 3가지 구조적 요인인 미래 불안, 수입 전망 불투명, 저수입층 증가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것이지만 혐소비 세대의 등장과 영향력 확대도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혐소비 세대는 소득이 늘어도 좀처럼 소비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소득 증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세대 심리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혐소비 세대를 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키워드로는 '스마트'를 꼽았다. 상점을 찾아가지는 않지만 정보가 풍부한 인터넷에선 단골인 이들의 소비 조건은 크게 3가지. 바로 취향과 절약, 그리고 남들에게 스마트하다고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같은 소비 심리를 파악해 이들 세대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여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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