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종로(民)서 뺨맞고 한강(윤증현)에 눈 흘겨?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한판 붙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로 윤 장관을 불러 논란을 겪고 있는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 윤 장관의 사과와 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안 대표가 요구한 '사과'가 아닌 '유감' 수준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남은 새해 예산안 논란에 대한 '책임론'이 여권에서 강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여당 대표가 예산편성 책임을 지고 있는 재정부 수장인 윤 장관을 질책했다는 점에서 '책임 전가성' 만남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 대표는 40여분간 이어진 회동 직후 '역정을 내던데'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내가 (윤 장관을 향해) 질책을 좀 했다"고 말했다. '사과를 했나'는 물음에 대해 "사과는 아니고 유감을 표명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과 대표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윤 장관은 회동 직후 '고성이 나오던데'라는 물음에 "얘기하다보면 큰 소리도 나올 수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정부가 양육수당 확대를 방해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물어봐야 입만 아프지. 우리 입장도 이해해 달라"며 여당을 향한 불만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회동은 겉모습과는 달리 순조롭지 않았다는 평가다. 회동 중 안 대표는 윤 장관을 향해 "당 대표가 요구한 예산이 하나도 반영 안돼", "우리가 무슨 바보인가, 너희들(기재부)만 똑똑해?, 너희들만 (나라) 걱정하냐", "기재부가 예산(심의)권 이 있냐"는 고성과 질타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부 서민·복지 예산의 누락·미반영과 관련해 이미 잘못을 시인했다. 전날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미반영 등을 이유로 사퇴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등은 당 대표실과 해당 상임위에서 서로 챙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혼선이 일어난 것 아니냐. '무리한 '책임전가'를 할 경우 오히려 역풍만 더 크게 맞게 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안 대표가 윤 장관에게 '현 정권이 한나라당이 만든 한나라당 정권임을 유념해야 한다. 당과 당 대표가 약속한 정책에 대해 정부가 반드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예산 집행과정에서 당의 중점정책은 물론 모든 정책 사안에 대해 적극 협조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