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발 유럽 위기 확산 우려 본격화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15일(현지시간) 유럽 증시 및 유로화 가치 하락을 이끌고 뉴욕 증시 및 미 국채 가격 하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스페인발 위기 확산 우려에 6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을 마감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증시 FTSE100지수는 전일 대비 9.03포인트(0.15%) 하락한 2841.99를 기록 중이다. 프랑스 증시 CAC40지수는 22.68포인트(0.58%) 밀린 3880.19를, 독일 증시 DAX30지수는 11.03포인트(0.16%) 하락한 7016.37을 각각 기록했다.

시장 불안의 진원지가 된 스페인의 IBEX40 지수는 152.90포인트(1.50%) 하락한 1만9.80으로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국채 10년물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은 0.75% 상승한 318.480을 기록했다.


최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유로화 가치도 지난달 30일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일 대비 1.23% 하락(유로화 약세)한 1.3213달러까지 떨어졌다.

데이비드 뷰익 BGC파트너스 투자전략가는 "스페인은 이전 위기국인 그리스와 아일랜드 경제 규모를 합한 것과 같고, 포르투갈의 2배에 이르는 큰 나라"라며 "시장에 던져진 커다란 바위가 불확실성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발 위기 확산 우려는 뉴욕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날 뉴욕 증시는 스페인 문제가 주요 악재로 반영돼 다우지수가 전일 대비 19.07포인트(0.17%) 하락한 1만1457.47로, S&P500지수는 6.36포인트(0.51%) 떨어진 1235.23으로, 나스닥지수는 10.5포인트(0.4%) 밀린 2617.22로 각기 마감했다.

특히 달러화는 미 국채금리 상승세 영향까지 더해져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시간 오후 5시6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대비 0.86포인트, 1.08% 오른 80.22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날 무디스는 "스페인은 내년 대규모 차환(refinancing) 수요로 인해 자금 조달 압박(stress)이 커질 것"이라며 스페인 국채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9월 스페인 국채의 신용등급을 종전의 'Aaa'에서 'Aa1'으로 낮춘 바 있다.

무디스는 스페인 은행권 문제의 심각함을 들어 "최소 900억 유로(1200억 달러)의 자본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은행 자본 재구조화 비용으로 인해 스페인의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잠재적 우려도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호세 마누엘 캄파 스페인 재무차관은 "무디스의 결정은 명백히 신중하지 못했다"며 "지방정부들의 재정이 전반적으로 목표에 부합하고 있고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내부에선 위기감이 확산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로화는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 일부 국가들의 부채 위기일 뿐이다"며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스페인에 이웃한 포르투갈도 이날 시장의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포르투갈은 이날 5억 유로 규모의 3개월물 국채를 발행하면서 평균 수익률이 3.403%를 기록, 지난달 3일 발행했던 동일 만기 국채 수익률 1.818%를 크게 웃돌았다.

다비드 슈너츠 코메르츠은행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불안감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