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글로벌 키워드 '비상 & 추락'

　힘찬 출발을 다짐했던 2010년도 이제 10일 남았다. 저무는 올 한해 역시 지구촌이 각종 사고, 사건으로 얼룩졌던 ‘다사다난’으로 정의돼야 할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이후 2년째를 맞아 어느 해보다도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시장이 몸살을 앓은 한 해인 것 같다. 뉴스룸을 뜨겁게 달구웠던 화제의 이슈들을 머니투데이 국제경제부 부원들의 방담으로 정리했다.


◇신용위기 이후 매일 긴장의 연속...

송선옥 기자

-송선옥(이하 송): 국제경제부로 온지 10개월 남짓인데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거 같네요.
▶엄성원(이하 엄): 3년 넘은 전 어떻겠습니까. 신용위기 이후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송: 그런가요? 올해를 관통했던 유럽 국가채무위기, 미국을 위시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 중국 긴축 움직임 등 이른바 G3 악재는 아직도 진행형이죠. 으레 이맘때면 나오던 산타랠리도 그다지 활력을 더하지 못하고. 일단 폭설까지 겹쳐 죽어라하는 유로존 문제를 거론해볼까요.
▶김성휘(이하 휘): 네.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와 ‘캘틱 타이거(아일랜드)' 등은 진짜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니까요. 일부 유로존 국가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결국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에요.
▶안정준(이하 준): 결국 하나의 경제권, 블록화는 이상에 그치는 건가요. 서로 산업 구조와 경쟁력이 다른 16개국이 하나의 통화로 묶여 각자에 적합한 고유의 환율, 금리조정 등 금융통화정책은 펼칠 수 없었으니 출범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봐야죠.
▶조철희(이하 철):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주체가 없다는 것도 잠재적 위험요소 같아요. 지금 유로 단일 채권발행이나 유로화 안정기금 증액을 놓고도 독일 프랑스가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설득한 대안이 없잖아요. 이제는 PIGS를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니 내년에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토요타의 추락... 日 장인 정신의 몰락?

엄성원 기자

▶권다희(이하 희): 추락하면 올해 토요타가 빠질 수 없죠. 돈벌면 렉서스나 프리우스 사고 싶었는데...
▶김경원(이하 원): 토요타도 유럽 재정적자처럼 찰나의 실수라기보다는 수년간 누적된 리스크 탓이 크죠. 2008년 세계 자동차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이후 시장 확대를 위해 성장 지상주의를 외치다 생명인 품질관리가 길을 잃었으니까요.
▶엄: 쉬쉬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화를 키웠던 것 같습니다. 당장의 생사가 걸린 안전문제인데 책임을 적당히 얼버무리려 했던 것이 여론의 폭발로 이어졌잖아요.
▶휘: 미국 사회 전반에 잠재해 있던 일본기업에 대한 반감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일본 기업에 대한 미국의 반감이 토요타 리콜사태를 계기로 폭발했다고나 할까요
▶준: 아무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장인정신에 금이 간 것 같아요. 일본산 전 제품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잖아요.

◇美민주당 중간선거 패배

김성휘 기자

▶철: 추락하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빼놀 수 없겠죠. 최초의 미 흑인 대통령으로 건강보험 개혁, 금융개혁을 잇따라 추진했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했으니.
▶엄: 고실업, 장기 침체에 따른 국민적 불만을 극복 못한거죠. 일반 국민들은 주택 차압 등 당장의 호구를 걱정하는데 부자 감세, 건강보험 확대 문제 등 이상에 따른 이념적 이슈에 집착한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따가운 지적도 잇죠.
▶준: 그래도 위기를 초래한 글로벌 금융질서를 바꿔놓은 오바마의 개혁은 간과할 수 없겠죠. 대공황 이후 최대라는 금융개혁법도 발효되고...
▶원 : 이후 각국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바젤III', 유럽연합(EU)의 보너스 지급 규제법안도 속속 만들어졌죠.
▶철: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죠. 대형 투자은행들이 신형 파생상품을 만드는 등 규제의 사각지대를 여전히 노리고 있으니까.

◇금값이 금값!

안정준 기자

▶원: 추락한 것이 있다면 비상한 것도 있잖아요? 가령 금값처럼요.
▶희: 작년 12월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까지 갈 때만 해도 많이 올랐다 생각했는데 이제 1400달러를 넘어섰으니 금이 진짜 금값이 된 것 같아요. 연초대비 26%나 올랐으니.
▶준: 가격 오름세가 매우 가파른 '슈퍼 스파이크', 강세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슈퍼 사이클', 모든 귀금속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들도 쏟아졌고. 오히려 수익률면에서는 은이 금보다 낫다는 말도 나왔잖아요.
▶휘: 랠리의 가장 큰 동력은 달러 약세라고 봐야겠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데 특히 올해처럼 미 경기회복이 비관적이고 양적완화 등 대규모 달러 공급으로 달러화가 약세가 되면 투자자들의 금에 대한 신뢰는 한층 강화되니까요. 금값은 내년도 1500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는 것이 대세죠.
▶엄: 어디 금만 금값입니까. 이전 1만5000원이 넘는 배추 파동에서 보듯 상품가 랠리,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는 신년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죠.


◇애플, MS의 추월

조철희 기자

-송: 애플이 5월26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추월한 것도 큰 뉴스였지 않아요? 이제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양을 모르면 기사 쓰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지요.
▶희: '윈도'와 'PC'로 책상위 기술혁명을 이끌었던 MS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손안의 혁명에 무릎을 꿇었다며 난리였죠.
▶준: 문화혁명이 기술혁명을 누른 사건이었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 같은 성공으로 올해 아이폰4 수신불량 논란인 '안테나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마켓워치 선정 10년래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뽑혔고.
▶철: 잡스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양면성을 모두 지녔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천재성과 마케팅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원: 저는 올해의 말을 꼽으라면 7인치 태블릿PC(아이패드는 9인치)를 향해 잡스가 했던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사망할 것(DOA)"이라는 말을 꼽겠어요. 정말 아무도 그를 못 말리는 것 같아요.

◇환율전쟁

권다희 기자

-송: 국제무대에도 잡스 같은 나라가 있죠. 올해 G2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중국이요.
▶원: 네, 글로벌 임밸런스(무역불균형), 환율 전쟁, 희토류 전쟁 등 모두 중국이 중심에 있었어요.
▶준: 특히 환율전쟁은 각국의 유동성 확대로 신흥시장에 자본이 유입돼 각국 통화의 과다 절상으로 이어지자 브라질의 귀도 만테가 재무 장관이 처음으로 언급했죠.
▶철: 일본 중앙은행은 엔고로 수출이 타격을 받자 지난 9월 6년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고요.
▶휘: 미국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억제해 세계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죠. 이에 중국은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이죠. 결국 미 하원의 환율조작국 보복관세 부과법안에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환율전쟁은 무역전쟁으로 치달았죠.
▶엄: 그런 점에서 무역수지 가이드라인, 조기경보제 등 상호 갈등 완화를 모색한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미도 있겠죠. 물론 내년 G20의장국인 프랑스 등이 달러 기축통화 문제 등을 거론하겠다고 벼루고 있으니 아직 끝난 화제는 아니죠.
▶희: G20회의하니까 바로 이어진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거론치 않을 수 없네요. 글로벌 시장에 G3외에 한반도 리스크를 더했으니. 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맞선 중국의 북한 포용은 곱씹어 봐야할 우리의 숙제가 됐죠.

◇희토류 전쟁

김경원 기자

-송: 희토류를 둘러싼 분쟁도 일본과 중국, 나아가 미국까지 확산됐잖아요.
▶준: 센카쿠 열도 분쟁이 일어나면서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 9월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죠. 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사건이었어요.
▶철 :희토류가 그렇게 대단한 건지 이전엔 몰랐어요. 휴대폰 2차전지 LCD 풍력터빈 더군다나 미사일까지 사용된다니 정말 전략적 자원무기라 할만하죠.
▶휘: 자연재해와 인재도 많았죠. 연초부터 빙하기 논란까지 부른 기록적 한파에 아이티 강진, 아이슬란드와 인도네시아 화산폭발, 러시아 산불, BP의 원유유출 사건 등등.
▶철: 후폭풍도 대단했잖아요.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유럽 항공 대란이 일어나고 러시아는 산불로 밀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곡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즉 애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됐으니까.

◇"칠레 광부들, 희망 알려줘 고마워요"
-송: 과중한 업무의 고단함을 잊게 해준 감동의 순간도 있었죠. 칠레 광부의 기적적 생환 같은 일이요.
▶희: 8월5일 33명의 광부가 붕괴사고로 광산에 갇혀서 69일만인 10월12일 전원이 모두 건강하게 구조됐죠.
▶원: 한 공간에 그렇게 꼼짝없이 갇혀 있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엄: 우리 7명을 가둬놓으면 어떻게 될까. 아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준: 헐리우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이들의 얘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판권으로 사들이는 협상을 하고 있대요. 프리미어 리그에도 초청받고. 이들로 인해 광산 등 작업장 안전 강화 예산이 3배 늘어났다니 세상을 바꾼 33인이에요. 내년 나라밖 뉴스도 이렇게 희망적인 소식이 많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