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10]스마트폰, 휴대폰 시장지형 바꿨다

올해 국내 휴대폰시장은 '스마트폰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서너 종에 불과하던 스마트폰은 올 한해 동안 수십 종으로 늘어났고, 이 덕분에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1년새 10배 이상 늘어난 700만명에 달하게 됐다.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백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다. 올해 중순쯤 출시된 '갤럭시S'는 반년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로 등극, 애플 '아이폰'이 독주하던 스마트폰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11월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2233만대에 달한다. 연말이 되면 이 규모는 지난해 판매량 2351만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휴대폰시장이 역성장하는 데 비해 국내 휴대폰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국내 이동전화 시장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삼성전자의 '갤럭시S'(좌)와 애플의 '아이폰4'

　
본지 집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24일 기준 707만명이다. 1년새 626만명이 늘었다. 국내에서 판매된 휴대폰 가운데 25%가량이 스마트폰인 셈이다. 관련업계는 앞으로 1주일 남짓 남은 2010년에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75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하면서 국내 휴대폰시장의 지형도 크게 변했다. 지난해까지 시장을 장악한 '풀터치폰'은 완전히 '스마트폰'으로 세대교체를 이뤘고, 스마트폰 판매량이 휴대폰업체들의 희비를 갈라놓는 기준이 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바람의 진앙지인 '아이폰'은 올해도 꾸준히 판매됐다. 지난해 11월28일 KT (33,300원 ▼350 -1.04%)를 통해 국내에서 시판된 3세대(3G) 기종인 애플 '아이폰3GS'는 지금까지 96만대가 팔렸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올 9월부터 시판된 '아이폰4'는 71만대가 팔렸다. 모두 합치면 167만대에 달한다. KT는 연말까지 '아이폰' 누적판매량이 190만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190만대의 판매규모면, 국내 휴대폰시장의 10%에 달하는 비중이다.
　
'아이폰' 기세에 눌려 숨죽여야 했던 삼성전자는 올 6월말에 비장의 무기로 '갤럭시S'를 꺼내들었다. '갤럭시S'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SK텔레콤을 통해 국내에서 시판된 '갤럭시S'는 시판 1주일 만에 10만대가 팔렸다. 이어 2개월 후에는 100만대 판매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스마트폰으로 기록됐다. 현재 '갤럭시S'는 200만대 판매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팬택의 선전이 돋보였다. 팬택은 애플과 삼성전자간 격전의 틈바구니에서 '시리우스''베가''이자르' 등의 스마트폰을 연달아 선보이며 100만대 이상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얼마전 PC와 맞먹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베가 엑스(×)'를 공개한 팬택은 이 제품을 27일부터 KT와 LG유플러스를 통해 시판할 계획이어서 팬택의 선전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LG전자는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아이폰''갤럭시S'에 대항할 만한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면서 스마트폰시장에서 팬택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휴대폰시장에서 적자를 내고 말았다. 그나마 9월 출시한 보급형 '옵티머스원'을 40만대 이상 판매한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LG전자는 부진을 만회할 목적으로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수술을 감행했다. LG전자의 이같은 노력이 20% 이하로 곤두박질친 국내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HTC 등 외산업체들도 스마트폰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각 외산업체는 기지개를 켠 국내 스마트폰시장에 앞다퉈 신제품을 들고 뛰어들었지만 사후서비스(AS)문제나 마케팅 부족 등으로 기대만큼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일반폰(피처폰)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러나 일반폰 비중은 여전히 70%에 달하는 만큼 휴대폰업체들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제품을 꾸준히 내놨다. '코비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이다. 무선랜(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하는 일반폰도 인기를 끌었다.
　
휴대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휴대폰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세대교체를 이뤄가는 진입단계였다고 본다면 내년부터는 휴대폰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세대가 바뀌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 초부터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선보이는 등 한층 진화된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