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곧 100달러?…美회계기준도 변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글로벌 원유 수요가 늘고 공급은 달리면서 국제유가가 어느새 배럴 당 90달러선을 돌파했다. 100달러가 적정선이라는 평가부터 미국의 원유공급이 확대되는 내년 1월 이후 유가가 다시 떨어지리라는 전망까지 분석도 여러가지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24일 장중 배럴 당 94.74달러를 기록, 2008년 10월 이후 2년 2개월만의 최고가로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유(WTI)는 23일까지 배럴 당 91.51달러로 2년 최고가를 기록한후 27일 91.37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4거래일째 90달러선 위를 달리고 있다.

석유공급 확대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주 아랍 산유국 회동은 당분간 증산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석유수출아랍기구(OAPEC)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 원유 재고가 충분하고 유가 상승도 유럽 한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증산 필요성이 낮다는 데 뜻을 모았다.

산유국들은 한 발 더 나가 유가 100달러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쿠웨이트 석유장관 셰이크 아마드 알 압둘라 알 사바브는 지난 26일 세계 경제가 유가 100달러를 견딜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OPEC 내에서도 강경파로 통하는 리비아 국영석유기업(NOC) 쇼크리 가넴 대표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100달러가 적정가격이라며 "산유량을 늘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美 12월 원유공급 감소 경향= 이런 가운데 미국의 원유 전문가들은 유가의 변수로 미국의 원유공급 변화를 꼽았다. 미 에너지부에 다르면 멕시코만에 인접한 미국 서남부주의 원유 공급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9.2% 감소한 1억6730만 배럴을 기록했다.

지난 29년간 12월의 멕시코만 원유 공급은 두 해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으며 1월엔 5년 중 4년 꼴로 공급이 다시 늘었다. 특히 올해 12월의 감소폭(9.2%)은 지난해까지 평균인 4.8%보다 2배에 가깝다.

해마다 12월이면 원유 공급이 감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미국의 회계기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식 '후입선출'(LIFO) 회계 원칙 때문이다.

기업들은 통상 과세 대상 소득에서 판매비용을 제외하는데 후입선출법은 '나중에 매입한 재고자산(Late-In)이 먼저 판매된다(First-Out)'는 원칙으로 재고자산을 평가한다. 최근에 구입한 재고자산 순서로 매출원가를 계산하고 가장 오래된 매입가격으로 기말재고를 보고하는데 올해처럼 연말 유가가 상승하면 최근에 매입한 원유는 같은 양이라도 연초보다 비싸다. 그만큼 과세 대상 자산이 늘어나 회계에서 불리하다.

따라서 정유기업들은 연말 재고를 줄여 세금감면 효과를 노린다. 실제로 이달 들어 현재까지 미국의 원유 총 재고는 연초보다 4.1% 많고 지난 11월보다 9.9% 감소했다. 재고량이 한 달 만에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 도우 맥킨티어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재고 시스템에 포함되는 고유가는 장부에서 가장 먼저 털어내는 부분"이라며 "원유 가격만큼 과세를 피하기 위해 (재고에서) 원유를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이라면 연말이 지나 미국 정유기업들이 원유재고를 늘리게 되고 자연히 유가는 상승 압력을 덜게 된다. 휴스턴 라이스대학의 제임스 베이커 3세 연구소(JBI) 켄 메드록 연구원은 내년 1월 중 유가 하락을 전망했다. 원유 공급이 회복되면 90달러 이상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쇼크(Schork) 그룹의 스티븐 쇼크 회장도 1월 초까지는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1월말, 2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기업들의 세금회피가 유가에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발레로 에너지그룹의 빌리 데이 대변인은 "이런 점들을 맞추기 위해 재고 변동이 있겠지만 일상적인 수요에 따른 변화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에 에너지 수요가 많아 중반기에 재고를 늘리고 연말에는 재고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한편 미국 LIFO는 1930년대부터 쓰였는데 2007~2008년 고유가 때 정유기업들이 이 덕을 톡톡히 봤다. 단 이는 자산가치 왜곡 가능성이 있어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