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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 축구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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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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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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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여자축구동아리 'FC HOLICS']'오대영이 '우생순'되는 그날 꿈꿔요

한국외대 여자축구동아리 'FC HOLICS' ⓒ양송희 선수
한국외대 여자축구동아리 'FC HOLICS' ⓒ양송희 선수
골키퍼 조아라(20) 선수가 이화여대와의 경기 중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정면으로 공에 맞은 얼굴에는 코피가 흘렀다. 주장 양송희(21) 선수도 따라 울었다. 이내 모든 선수들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심판은 '삑~' 경기 종료 휘슬을 길게 불었다. 경기종료까지 3분이 남은 시각이었다.

지난 24일 만난 양 선수는 "그 때 아라가 골키퍼하면서 혼자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고생을 했는데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배가 슬퍼서는 아니었어요. 제가 주장으로서 역할을 잘못한 건 아닌지 너무 미안했어요"라고 말했다.

경기 중 눈물을 펑펑 쏟았던 이들은 지난 11월 열린 여자대학 클럽축구대회에 출전한 한국외대 여자 축구팀 'FC HOLICS'이다. 한국외대 국제레저스포츠학부 여학생 14명이 선수로 뛰고 있다.

이들이 "축구 한 번 해보자"며 모이게 된 건 2008년이다.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전국 여대생 클럽 축구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학생 몇몇이 '너희들도 한 번 나가봐'라고 장난 섞인 권유를 한 것이 '즐거운 고행 길'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11명이라는 선수 구성도 쉽지 않았다. 2007년 신설된 학과여서 당시에는 1,2학년뿐이었다. 게다가 스포츠 학과 특성상 여학생 숫자도 턱없이 적었다. 우여곡절 끝에 교체선수도 후보선수도 없는 주전멤버 11명이 뭉쳤다.

창단은 했지만 주변 도움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포츠를 전공하지만 제대로 된 축구를 해본 적도 없었다. 전문 지도자에게 집중 훈련을 받아야할 상황이었지만 같은 학과 남학우가 이들의 코치 역할을 맡았다.

"미녀들, 축구와 사랑에 빠지다"

일주일에 1~2회 학교 소운동장에 모여서 1시간 30분씩 연습을 했다. 기본기가 너무 부족했기에 당장 패스와 드리블부터 연습해야 했다. 잔디구장도 아닌 소운동장에서 연습하느라 무릎이 까지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자동차가 주차돼 있거나 다른 학생들이 운동할 때면 그마저도 충분히 할 수가 없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2008년 여자축구클럽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전술은 간단했다. 누구든지 공을 잡으면 '10m 앞으로 달리기.' 하지만 공을 잡고 달릴 기회가 별로 없었다. 결국 여주대, 덕성여대와 가진 경기에서 각각 1무 1패(7실점)를 기록했다.

1년 뒤 2009년 두 번째로 나서게 된 전국여자대학클럽축구대회. 경기대와의 첫 경기 0대 10패. 중앙대 0대 9, 동덕여대 0대 13. 축구 경기지만 야구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점수차로 대패했다. 모두 32실점.

당시 경기에 출전했던 이은주(22) 선수는 "우선 팀 전력이 너무 모자랐어요. 골키퍼를 하던 선수가 대회를 앞두고는 돌연 그만두고 팀을 탈퇴하는 바람에 대회 당일 부랴부랴 골키퍼를 임시방편으로 정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골키퍼는 가장 두려운 자리다. 혼자 넓은 골문을 지켜야 한다는 막막함과 공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도 자원자가 아무도 없는 탓에 대회를 한 달 여 앞두고 1학년 학우들이 모여 제비뽑기로 골키퍼를 정했다. 그 '희생양'이 바로 경기 중 온 몸에 멍이 들고 코피를 흘려야 했던 조아라 선수였던 것이다.

올해 열린 대회를 앞두고는 그 동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패스 연습 위주로 전술 훈련을 했다. 중앙대 0대 4, 숙명여대 0대 5, 이화여대 0대 4 등 3전 전패에 13실점을 기록했지만 32골을 내줬던 지난 대회에 비하면 일취월장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주장 양 선수는 "저희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아요. 물론 우승도 승리도 해보고 싶지요. 하지만 저희가 대회에 참가하는 유일한 이유는 축구가 그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고 울고 웃으면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함을 느낄 때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라고 말했다.

'FC HOLICS'소속 선수들은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게 꿈이다. 양 선수는 "프로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는 게 목표예요. 우리가 지금 흘리고 있는 땀과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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