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자작극' 1주일, 의심갔던 행적 짚어보니…

일명 '쥐식빵'사건은 결국 경쟁업체를 운영하던 업주의 자작극인 것으로 확인됐다. '쥐식빵' 최초제보자 김모(35)씨가 3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쥐를 직접 넣고 빵을 구웠다는 것을 시인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김 씨는 새벽에 집에서 떨어진 PC방을 찾아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글을 올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가 하면,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기 전까지는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3일부터 1주일 넘게 이어진 '쥐식빵'사건과 김 씨의 의심스러운 행보를 되짚어봤다.

◆22일 오후~23일 새벽
김 씨는 지난 23일 새벽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과자빵 갤러리'에 "쥐,쥐,쥐 고발하면 벌금이 얼마인가요?"라는 제목의 글과 4장의 사진을 올렸다. 22일 오후 7시경 경기도 평택시 집근처 파리바게뜨에서 구매한 밤식빵이라고 설명한 김 씨는 "집에서 애가 빵을 먹으려다가 토하고 굴러다니고. 그동안 이런 음식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위생상태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김 씨가 공개한 밤식빵 사진 옆에는 22일 오후 날짜에, 해당 파리바게뜨 지점 주소가 적힌 영수증도 놓여있어 많은 네티즌들은 김 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치않았다. 파리바게뜨 해당 지점은 위치와 외관이 공개되고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23일
일반적으로 식품 이물질 신고는 식약청이나 본사 쪽으로 직접 신고를 하는 데 반해 김 씨는 인터넷에 먼저 글을 썼던 터라 파리바게뜨 '쥐식빵'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논란이 커지자 파리바게뜨 본사 SPC그룹은 우선 '디시인사이드'에 요청해 해당 글을 블라인드처리하고 김 씨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수사를 의뢰했다.

파리바게뜨측은 오후 2시 서울 수서동 한불제과제빵학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빵 제조공정상 쥐가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본사에서 반죽을 만드는 과정은 공장 자동화, 이물질 거름망, 분쇄기 등 각종 안전시설물로 이물질 혼입 가능성이 없는데다, 각 점포에서 이 반죽으로 빵을 굽는 과정에서도 제조자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24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해당 지점의 CCTV를 확인한 결과 문제의 식빵을 사간 것이 초등학교 1학년쯤 돼 보이는 고객이라며 주변 탐문수사 등을 통해 이 어린이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 어린이는 김 씨의 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글이 게시된 '디시인사이드'측으로부터 게시자의 개인정보도 넘겨받아 확인해봤지만 당사자인 40대 남성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이 날 오후 김 씨는 갑작스럽게 한 인터넷 매체를 접촉해 "하늘에 맹세코 조작하지 않았다. 나와 가족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SPC그룹과 파리바게뜨는 언론과 소비자에 공식사과하고 차후 재발방지 약속을 이행하라며 자신의 주장을 묵살하면 변호사를 대동해 해당 제품을 정식으로 식약청에 의뢰하겠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명의를 도용했다는 경찰발표도 전면부인하며 "PC방 컴퓨터가 로그아웃되지 않은 채 켜져 있어 사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가 인터뷰를 갖기 전 김 씨의 아내는 본사 측에 '경찰이 우리 매장을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했고, 몇 시간 뒤 김 씨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법무팀을 연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본사 측에서 "정말 자작극이 아니냐. 만일 자작극이라면 경찰에 자수하라"고 하자 김 씨는 "나는 억울하다.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며 연락을 끊었고, 언론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이날 오후 김 씨는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자진출두하고 자신이 경쟁업체 가맹점 점주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들이 우리 매장에는 먹을 만한 빵이 없다고 투덜대 먹고 싶은 빵을 사오라고 1만원을 줬더니 파리바게뜨에서 밤식빵을 사왔다. 그 밤식빵에서 쥐가 나온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경찰은 김 씨가 제출한 밤식빵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식빵의 모양새, 빵과 밤, 색소 등의 성분을 분석해 어디서 어떻게 구워졌는지 밝히고 빵에 박힌 이물질도 확인하겠다고 했다.

◆27~28일
김 씨는 몇 몇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28일경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이 날 김 씨는 SPC그룹에 전화를 걸어 "만나서 얘기하자"며 은밀하게 접촉을 시도했다. 언론이나 경찰에 공개되지 않게 해주면 원하는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다소 황당한 제안도 했다. SPC측은 경찰조사 진행 중에 접촉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만남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김 씨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29~30일◆
수서 경찰서는 김 씨가 이용한 PC방의 폐쇄회로(CC)TV와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디시인사이드'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데 고의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 김 씨가 경찰조사서 거짓진술을 한 것이 확인되자 '쥐식빵' 사건은 자작극일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주를 이었다.

결국 김 씨는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듯 3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쥐를 넣은 건 제가 맞다. 약간의 타격을 줄 생각이었는데 일파만파 커졌다"고 시인했다.

김 씨는 길에서 죽은 쥐를 보는 순간 '쥐식빵'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냉장고에 죽은 쥐를 보관했다 모두가 퇴근한 늦은 시간 아내의 점포에서 식빵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