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한 대기업 3세들의 특별한 1월

새해 1월이 특별하지 않은 이가 없지만 남들보다 더 각별하게 1월을 기억할 이들이 있다. 대기업 총수 2~3세로 새롭게 사장이나 대표이사를 맡아 기업 경영에 나설 이들이 대표적이다.

↑ 3일 삼성그룹 시무식에서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상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지난 3일 삼성그룹 시무식에서 이건희 회장 못지않게 주목받은 이들은 이 회장의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57,000원 ▼600 -1.04%) 사장이었다. 또 사장은 아니지만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다른 임원들과 멀찍이에서 이 회장을 지켜보는 정도였지만 1년 사이 위상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이들 3남매는 나란히 사장과 부사장 직급으로 승진했고 각자의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승진한 뒤의 첫 달로 1월이 새로운 것뿐만 아니라 이부진-서현 자매에게는 지난해 1월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1월 9일 열리고 있던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2010'에 이 회장이 전시회장을 참관하면서 부인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온 가족이 동행했던 것.

↑ 지난해 열렸던 CES(가전전시회)에서의 이건희 회장(사진 왼쪽 두번째) 부부와 이부진(사진 왼쪽)-이서현(사진 오른쪽 두번째)씨.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이동하면서 두 딸인 이부진-서현씨(당시에는 모두 전무)를 불러 양손을 잡고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당시 두 딸의 손을 놓지 않았고 보이지 않으면 불러서 찾기도 해 주목을 끌었다. 광고 예고에 부합하듯 이 회장은 11개월 뒤 자녀들을 나란히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격시켰고 각자에게 보다 무거워진 역할을 주었다.


5일 열린 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초로의 신사들 사이를 바쁘게 다니며 인사를 건네는 앳된 이는 대신증권 (15,400원 ▲160 +1.05%) 양홍석 부사장(대표이사)이었다.

지난해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30세가 된 양 부사장은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공동 대표이사)과 함께 다니며 참석자들에게 연신 인사를 건네느라 분주했다. 양홍석 부사장은 고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어룡 회장의 아들로 대신증권 개인 최대주주기도 하다.

회사 쪽은 금융기관 임원으로 새해에 인사를 하는 자리여서 양 부사장이 함께 하게 된 것으로 지난해 말 양재봉 회장의 빈소에 찾아와 준 이들에게 사의를 표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한전선 등의 3세 경영인들도 지난해 말 승진하면서 새해 새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대한전선 (12,300원 ▼350 -2.77%)은 설윤석 부회장이, 금호아시아나는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한진은 조현민 상무보가 각각 한두 단계 씩 승진했다.

한편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이들이 임원으로 있는 기업의 주가도 크게 뛰었다. 지배력 확충과 그룹 차원의 지원에 대한 기대, 실적 개선 등이 작용한 결과다.

대표적인 곳이 호텔신라와 제일모직이다. 호텔신라는 2007년 10월 3만6000원대 후반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주가는 2008년 10월 한때 85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당시 전무)가 전면에 부상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전시회(CES)에서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며 이 전무의 손을 잡고 나왔었는데, 이를 전후로 주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호텔신라 주가는 2009년 9월1만4000원대에서 이듬해 1월 2만4000원까지 수직상승했고, 이 전무가 사장으로 승진한 12월 초에는 3만원대로 한차례 더 올랐다.

CES에서 이 사장과 함께 이 회장의 손을 잡고 있었던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당시 전무)도 같은 사례다. 제일모직 주가는 2009년 9월 5만원대에서 2010년 1월 초 6만원대 중반으로 올랐고, 이 부사장의 승진이 확정된 12월에는 11만원을 돌파하는 괴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