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미래 10년을 위한 새로운 시각

향후 직면하게 될 새로운 10년은 우리가 경험했던 과거 10년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확대돼왔던 글로벌 불균형이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미래 10년은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 등 경상수지 적자국과 중국 등 흑자국간 간 대립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 지 그 방향을 예측하기는 정말 어렵다.


연초 미국 덴버에서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가 열렸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1월 7일 열린 '도덕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이란 세션이었다.

이 자리에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경제학이 지닌 수학적 방법론과 협소한 문제의식을 비판했다. 그는 보다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커다란 이슈에 매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차 세계대전 직후 작성한 '평화의 경제적 결과'는 경제학자가 행한 가장 성공적인 미래전망 업적으로 꼽힌다. 이 논문에서 케인즈는 종전 후 베르사이유 협정에 의해 독일에 부과된 과도한 전쟁 배상금이 재앙을 야기할 것이라 예언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순수한 경제적 분석 이외에 전쟁 배상이 지닌 심리적 효과, 각국 대표들이 당시 가졌던 도덕적 특성을 고려해 과도한 배상금 요구가 가져올 정치 경제 사회적 결과를 분석했다.

케인스는 또 그의 1921년 저작 '확률론'과 1936년 '일반이론'에서 확률적 모델의 기계적 남용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계적 빈도에 의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0대와 50대가 달리기 경주를 하면 20대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그 20대는 병이 들었고 50대는 꾸준히 몸 관리를 해온 사람이라면 결과는 반대일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시장은 이러한 구체적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동물적 감성'에 의거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케인스의 생각이었다.

도덕철학 교수로서의 아담 스미스 또한 '도덕적 감성이론'에서 사람이 과연 태생적으로 이기적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경제적 행위를 결정짓는 근본적인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1776년 그의 저서 '국부론'의 기초를 이뤘다.

쉴러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제대로 예측을 하지 못한 이유는 경제학이 과도하게 수학(확률)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다 탐욕이나 공포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 속성에 천착하지 못하며 너무나 많은 전제 속에서 협소한 주제를 다루는 바람에 현실과의 유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금융위기 이전 30년간 역사적 비교 방법론을 통한 통찰이나 도덕적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지닌 경제학적 연구는 많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모든 정보가 즉각 가격에 반영돼 입력되고 미래의 가격예측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믿는 효율적 시장가설이 경제학을 지배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사고가 지닌 허점이 드러났다. 금융위기 이전 20년의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는 저물가와 고성장이 동시에 유지된 호시절이었다.

이 짧은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채권(서브프라임채권)의 부도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일단 버블이 꺼지면서 인간의 탐욕이 제거되고 패닉이 지배하자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났다.

2000년대의 두 번째 맞는 새로운 10년은 이제까지와 다른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