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가부채 '경고등'… 그리스꼴 난다

"일본도 그리스꼴 난다"

일본의 국가부채 문제가 표면화하며 글로벌 '안전자산'인 일본 국채 금리가 17개월래 최고로 치솟았다.


일본 재야는 물론 정부 내각내에서조차 이제 국가부채 문제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CDS, 7월 이후 최고치=마킷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일본 국채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7월이후 최고치인 0.86%로 뛰었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대비 0.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상승폭이 크다.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다는 것은 국가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국채 5년물 CDS 프리미엄 추이(출처=블룸버그, 기간 2010년8월1일~2011년1월20일)

우오모토 토시히로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펀드들이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금융 붕괴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해 6월부터 정부 부채에 당장 손을 쓰지 않는다면 그리스처럼 끝을 맞을 수 있다며 재정적자 감축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인구 노령화에 따른 복지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정치적 갈등은 간 총리의 숙제다. 닛케이는 연립정당의 참의원 다수의석 확보 실패 등 진공상태에 빠진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CDS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日경제는 임계점"=지난 14일 세금개혁 특명을 받고 야당(일어나라 일본당) 신분으로 경제재정상에 임용된 요사노 가오루(사진)는 사회보장 비용을 낮추고 소비세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정당간 논의를 통해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측은 초당적 결단 대신 조기 총선 압박을 가하며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요사노 경제재정상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급증하고 있는 정부 부채의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며 “일본 경제와 정부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재정상태는 임계점에 있다”며 “일본을 둘러싼 환경은 하룻밤 새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일본 경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다.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25% 아래이다. 유럽과 달리 일본의 CDS 급등도 장기 금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 일본 국채 CDS는 대부분 해외 시장에서만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 등 장기 경기 침체로 만성적 정부 부채는 더욱 악화되면서 2012회계연도에는 국채발행 규모가 세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2020회계연도에는 재정적자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배인 10조엔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요사노 경제재무상은 “일본은 장기 금리 인상이라는 끔찍한 악몽에 직면해 있다”며 “일본 경제의 양호한 환경이 막연히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채의 CDS 프리미엄도 지난 18일 상승해 11개월만에 처음으로 0.5%를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