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투자자 보호하며 키운다"

지난 한해 자문형 랩 어카운트(투자일임계약) 열풍은 거셌다. 특히 직접 투자에 놀라고 펀드에 질린 개인투자자가 열광했다. 증시의 버팀목이 되며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하지만 열풍이 거셀수록 당국의 고민은 깊었다. '쏠림 현상'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말 제도 개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의 기본인식은 투자자 보호다. 그렇다고 강한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접투자와 펀드를 대신할 새 수단에 대한 기대가 많다. 규제보단 더 잘 키우겠다는 게 당국의 뜻이란 의미다.

◇자문형 랩,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 = 지난해 여름만 해도 당국의 걱정은 태산이었다. 증권사가 공격적 마케팅을 벌인데다 투자일임 계약 금액이 급증하는 등 시장이 쏠림 현상이 벌어진 탓이다.

무엇보다 당국은 '묻지마 계약'이란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은 강조하며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자문형 랩'이 기본 정신을 잊고 투자 상품이 돼 버렸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런 판단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문형 랩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당국의 제도는 완비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돌이켰다.

당국은 우선 투자자 보호 체계를 만들고 '자문형 랩'의 핵심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증권사 등이 자문형 랩에 가입시키기 전에 연령이나 투자목적, 금융자산 비중, 투자위험 감수 능력 등을 고려해 투자자를 유형화해야 한다.

또 그 유형에 맞는 운용방식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1대1 맞춤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자문형 랩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접 투자와 펀드 사이 = 당국이 제도 개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자문형 랩과 펀드의 차별화다. 그간 자문형 랩은 사실상 펀드처럼 운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수익률은 더 좋았다. 개인투자자가 열광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 주식형 펀드 자금이 자문형 랩으로 넘어오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은 랩의 펀드화가 마땅치 않았다. 이를 제도 개선에 담았다. 당장 '스폿 랩'을 막았다. '자문형 랩'의 기본 성격을 벗어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 집합 주문과 집합 운용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직접투자와 펀드 사이의 영역을 보장해주는 게 오히려 랩 시장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주식시장은 개인들은 직접투자와 펀드밖에 없었다"면서 "자문형 랩의 제도 정비로 새로운 수단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펀드 자금의 일부가 자문형 랩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투자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스터리 쇼핑 등 감독 강화= 당국은 일단 제도 개선으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놨다는 입장이다. 이제 남은 것은 틀에 따른 감독과 운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 정비는 마무리됐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감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은 기본이다. 규제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점검 포인트다. 한편에선 시장의 쏠림 현상이나 과열 경쟁에 대한 감독이 지속된다.

이를위해 감독당국은 '자문형 랩'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주식 시장 호조와 맞물려 불완전판매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문형 랩처럼 쏠림현상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영업현장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확대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