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광재 선고, 4·27 재보선 판 커지나

이광재 강원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상고심 판결이 27일 이뤄진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 이 지사의 공직이 박탈돼 4·27 재·보궐 선거에 강원지사 선거가 추가된다.

이 경우 당초 경기 성남을과 경남 김해을 2곳의 국회의원 지역구에 한정된 '미니 선거'로 치러질 예정이던 선거가 이명박 정부 후반기 정국 주도권을 가르는 '빅매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7일 대법원이 이 지사의 유죄를 확정할 경우 곧바로 강원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당원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강원지사 선거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초반 판세를 낙관하다 결국 야당에 승리를 내준 경험을 교훈삼아 이번에는 처음부터 기세를 몰아간다는 계획이다.

여권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정권심판론이 재연될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특히 구제역 창궐과 이명박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 해제 발언이 선거전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앙당·정부와의 협조체제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강원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강원지사 후보는 무엇보다 동계올림픽 유치 과제를 잘 이어받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여기에 '강원도 소외론'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차기 강원지사를 목표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후보는 엄기영 전 MBC 사장. 엄 전 사장은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차기 강원지사 선거전 이슈를 선점했다. 올 초 재경 강원도민 신년하례회 행사에 참석하는 등 공개 행보도 늘리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광재 지사의 선고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차기 후보군을 언급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지사를 대체할만한 인물을 찾을 수 없다는 데 고민이 깊다. 이에 따라 선거가 치러질 경우 '인물론'을 강조하기보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듯 강원도 유권자가 야(野) 성향으로 바뀐 게 확연해 졌다"며 "만약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면 인물이 아닌 정당을 보고 표를 찍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엄기영 전 사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엄 전 사장의 춘천고 5년 후배로 엄 전 사장에 앞서 MBC 사장을 지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엄 전 사장의 친여 행보를) 납득하기 힘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강원도민이 그런 명분 없는 정치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