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 찾은 李대통령 "나도 장사 해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28일 밤 서울 동대문 시장을 찾아 '민생 탐방'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전에도 서민 생활을 돌아보기 위해 시장을 방문을 한 적이 있지만 심야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들은 이 대통령을 보고 연신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하는 등 반가워했고, 이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근무 시간, 장사 경기 등을 물어보는 등 세심한 관심을 보였다.


밤색 반코트, 아이보리색 폴라티, 베이지색 바지 차림의 이 대통령이 동대문시장 aPM 옷상가 앞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15분.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 홍상표 홍보수석, 김희정 대변인 등이 이 대통령을 동행했다.

이 대통령은 aPM부터 또 다른 옷상가인 U:US까지 김정현 상인연합회본부장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했다. 이 대통령 일행을 알아본 시민들이 휴대전화 사진기로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일일이 사진 포즈를 취하는 등 즐겁게 응했다.

이 대통령이 건물 1층부터 2층까지 돌아보며 밤늦게까지 옷을 파는 상인과 쇼핑하러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도 계속되는 사진 공세가 이어졌다. 한 시민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함께 셀카를 찍자고 하고, 조작이 미숙해 시간이 걸리자 이 대통령이 직접 조작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한 상점 주인에게는 "되도록이면 가게를 배경으로 찍으라"며 친절하게 '상술'을 훈수하기도 했다. 일부 20대 여성들은 "키 크고, 잘 생기셨다" "오빠 파이팅" "인기가 좋으세요" 등을 외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이 대통령은 여성 드레스를 주로 취급하는 한 가게에서는 "설 대목인데 경기가 좀 괜찮아요?" "많이 파셨어요?"라고 물으며 격려했고, 또 다른 캐쥬얼 옷 매장에서는 "몇 시까지 일하세요?", "경기가 어때요?" 라며 관심을 보였다.

수출을 많이 하는 여성의류 매장(SISTER MARKET)에서는 원단을 직접 구해 디자인하고 만든다는 20대 여사장들의 얘기를 듣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 한 후 지난해 국내외에 7000장을 팔았다는 3만5000 원짜리 원피스를 선물을 받기도 했다.

김해 외동에서 왔다는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이 대통령에게 "교육에 많이 투자해 달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 디자이너매장에 들러서는 직접 목도리를 골라 구입하기도 했다. 지갑에서 1만원 권을 꺼낸 뒤 "장사하려면 잔돈이 필요하지"라며 잔돈을 찾아 1만5000 원을 직접 지불했다.

다른 의류 매장 사장으로부터는 동대문에서 원단장사를 하며 디자인을 배워 파리 백화점에 매장 오픈을 한 입지적 인물의 이야기가 담은 `아이디어'라는 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밤 12시10분께 건물에서 나와 바로 앞 음료수를 파는 노점에서 꿀차를 마시며 쇼핑 온 시민들과 얘기를 나눴다. 노점 주인에게는 "몇 시에 나오느냐", "많이 팔리냐"며 질문을 건넸고 주변 시민들에게 꿀차를 몇 잔 대접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장사를 한다는 20대 후반의 청년들에게는 "열심히 장사하고, 끈질기게 하면 된다. 내가 장사해 봐서 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밤 12시 35분 인근 느티나무 설렁탕에서 설렁탕으로 식사를 하며 이날 민생 탐방을 마무리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동대문 시장을 선택한 것은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도 많이 만나서 지방 민심에 대한 대화도 나누고 체감경기도 직접 들어보면서 지역 경제 상황을 짚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은 이 대통령 개인에게도 뜻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1월27일 자정, 공식 대통령 선거운동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서울시장 시절에도 2003년 9월 동대문 시장을 찾아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