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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 물끄러미 바라본 '민중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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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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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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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잊은 사람들]경찰의 최전방 지키는 파출소 ·지구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서울의 한 파출소. 역전에 위치한 이 파출소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2명의 경찰관이 있었다.

갑자기 파출소가 부산해졌다. 한 노숙자가 파출소로 들어와 "크게 다친 사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입술과 얼굴에 피가 흐르는 한 시민이 경찰관 2명과 함께 파출소로 들어왔다. 명절을 앞두고도 파출소 안은 갖가지 사건으로 북적였다.

한 경찰관은 "이번 설에 야간 근무를 서야할 차례"라며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들은 명절에 멀리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잠시 후 파출소의 혼란이 사라지자 한 경찰관은 설선물을 가득 안고 역을 올라가는 귀성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파출소 예산 한파에 황소바람 '술술'

그들은 명절을 잊은 지 오래다. 10년 이상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는 것을 포기해 '설'이 뭔지 가물거린다. 밤에는 취객에 시달리고, 낮에는 "화장실 좀 이용해도 될까요" "핸드폰 충전할 수 있을까요" "소극장의 위치가 어디에 있습니까" 등 각종 민원에 시달린다.

그래도 그들은 언제나 웃는다. 치안의 최전방에서 '민중의 지팡이'가 된다는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경찰지구대와 파출소 경찰들은 명절도 휴일도 없다. 이곳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명절을 제대로 보낸 기억이 아득하다.

서울 동북부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10년 이상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계절에 근무하기는 더욱 곤혹스럽다. 파출소나 지구대 건물 대다수가 오래 전에 지은 건물이 많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에 떠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 서초파출소는 1989년 건립됐다. 당시 건축법이 느슨해 파출소의 단열처리가 미숙했다. 이 건물은 큰 변화없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서초파출소 뿐 아니라 대부분 파출소와 치안센터가 오래된 건물이 많아 추위에 떤다. 고치고 싶어도 예산이 뒤따르지 않아 언감생심이다.

강북지역의 한 경찰관은 "요즘 서울 각 동에 있는 주민자치센터는 10억원 가량을 들여 반듯하게 세워진다"며 "구의회나 시의회를 통과하면 예산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화곡4동 주민센터 건립비는 13억원에 달했다. 2009년에는 강남구가 도곡1동 주민센터를 850억원에 건립키로 해 호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면 파출소 리모델링 등 경찰예산은 시나 구예산과 달리 국가예산이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돼야 확정된다. 국회에서 심의하는 국가예산이 경찰복지 확대까지 쓰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지구대를 분리해 파출소로 만든 적이 있다"며 "당시 파출소 리모델링 비용으로 1000만원 안팎을 지원했는데 그 비용으로 페인트칠하고 화장실 고치면 끝"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페인트칠'도 축복받은 경우다.

물론 파출소와 주민센터 건립에 쓰이는 예산은 구조가 다르다. 그래도 경찰관들은 섭섭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민센터와 파출소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정치인 출신인 시장이나 구청장은 보여지는 것을 선호하지만 행정기관은 국회 예산심의를 거쳐서 사용하기 때문에 내실을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가에서 경찰 자긍심 높여야

'주주주야비야비'도 일선 경찰관을 힘들게 한다. 일주일 중 사흘은 낮근무, 이후 야근과 비번이 번갈아 돌아가는 3교대 근무를 일컫는 말이다.

파출소 중 4조2교대로 움직이는 곳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이럴 경우 하루 12시간씩 근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탄력근무'가 적용돼 3조2교대가 최전방 경찰의 일상이다.

1992년 설립된 서울 대학로 인근의 한 파출소는 경찰관 15명이 3조2교대로 근무를 선다. 이곳에는 소극장이 120여개나 된다. 젊은이들이 많아 밤늦게 우발적인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한 경찰관은 "3조2교대나 4조2교대 근무 모두 서로 장단점은 있다"며 "하지만 경찰인력을 충분히 충원해 탄력근무가 없는 4조2교대로 근무하기를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술이 넘쳐나는 지역'에서 취객 상대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새벽에 취객을 말리는데 나이도 어린 사람이 무턱대고 욕을 해대면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만 18년째 경찰 생활을 하며 쉰살이 가까운 그는 경찰이 자긍심을 갖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전부다.

그는 "최근 술 먹고 여경의 귀를 물어뜯은 20대 여성의 사건이 있지 않았느냐"며 "그 여성도 가벼운 처벌에 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취객에 귀를 물어뜯겨도 담담히 넘어가야만 하는 현실이 허탈한 듯 했다.

그는 "법원도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하면 처벌 수위를 높여 경찰의 자긍심을 키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전국 지구대는 773곳, 파출소는 760곳, 치안센터는 1461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지역에 구대 143곳, 파출소 34곳, 치안센터는 255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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