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에서 맥주냄새가 나면 안된다"

다음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코카콜라,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GE, 맥도날드, 인텔, 노키아, 디즈니, HP. 지금까지 열거한 브랜드들은 2010년에 발표된 브랜드가치 세계 100대 브랜드 중 상위 10대 브랜드다. 업종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사업분야가 매우 명확하다는 점이다. 비단 10대 브랜드뿐 아니라 100대 브랜드 전체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몇몇 극소수 브랜드만 예외일 뿐 대체로 전문영역이 구체적이며 분명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브랜드 중에는 전문브랜드와 일반브랜드가 있다. 전문브랜드(specialist brand)란 어떤 특정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브랜드를 일컫는다. 예컨대 휘센은 에어컨사업에서만 사용되는 냉방기기 전문브랜드다. 달리 말하면 냉방기기 이외의 사업에서는 휘센이란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VISA는 신용카드 전문브랜드, CGV는 영화관 전문브랜드, 홈플러스는 유통 전문브랜드다. 제품이나 사업명칭뿐 아니라 기업명칭 중에도 전문브랜드가 있다. 기업명칭인 BMW는 자동차 전문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전문브랜드. 인터컨티넨탈은 호텔 전문브랜드다. 반면 일반브랜드(generalist brand)란 여러 영역에서 두루 사용되는 브랜드를 가리킨다. 야마하는 악기 브랜드면서 골프용품 브랜드고 오디오브랜드이기도 하다. 동일한 이름과 마크가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함께 사용되고 있다. 오래 전 제과 및 음료 전문브랜드 해태는 오디오 브랜드로도 쓰인 적이 있다. 또 주류 전문브랜드 진로는 아파트 브랜드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것은 전문브랜드가 일반브랜드로 전환된 경우다.

전문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은 늘 일반브랜드로 전환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신사업을 전개할 때마다 받는 유혹이다. 아마 식품 전문브랜드 풀무원에서 아파트사업을 하게 되더라도 아파트 브랜드를 풀무원으로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서 시장에 진입하려면 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막대한 광고비가 필요하고, 또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자산을 키워온 다른 아파트 브랜드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면 시장진입을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바로 그것이 유혹에 빠지게 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을 통해서 전문브랜드가 일반브랜드로 전환되는 경우 달콤한 이점뿐 아니라 위험요소도 함께 따라온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세계적인 맥주 쿠어즈도 생수사업을 시작하며 이와 똑같은 유혹에 빠진 적이 있었다. 맥주 전문브랜드 쿠어즈를 생수 브랜드로도 활용한 것이다. 결과는 실패였다. 유명도만 따라온 것이 아니라 이미지도 함께 따라왔다. 생수에 맥주이미지가 섞여버렸다.


쿠어즈생수를 마신 소비자들은 왠지 "크으!" 하는 소리를 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또 어린아기에게 마시게 하면 아기가 비틀거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과자냄새가 나는 해태오디오, 소주냄새가 나는 진로아파트처럼 그들도 실패했다.

브랜드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휘센!' 하면 에어컨이 생각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 했을 때 휘센이 생각나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휘센이 유명해졌다고 해서 휘센냉장고, 휘센전기밥솥, 휘센아파트까지 나온다면 그것이 불가능해진다.

기업간 기술, 품질 차이가 컸던 시절엔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했고 유명도가 곧 신뢰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유명한 이름을 여기저기에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전문성을 더 중요시한다. 아파트는 아파트 전문브랜드, TV는 TV 전문브랜드, 화장품은 화장품 전문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래서 에어컨이나 TV나 핸드폰에 붙어있던 삼성, LG같은 일반브랜드가 빠지고, 대신에 파브, 디오스, 휘센, 애니콜같은 부문별 전문브랜드가 붙게 되었다.

세계 10대 브랜드, 100대 브랜드들을 꼼꼼히 살펴보라. 전문브랜드가 더 성공하기 쉽다는 사실을 그들이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