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학벨트 논쟁…박근혜 침묵하는 이유는

개헌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여당 내부의 불협화음이 심해지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이명박)계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개헌 논쟁이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초 대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개헌에 대해서는 전에부터 다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한 것 외에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과학벨트 역시 영남권과 충청권 당원들의 입장이 갈려 '제2의 세종시 논쟁'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던 박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에 대해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 본격적인 정치행보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대선 후보) 경선 승복 중 하나"라며 "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움직이면 그 순간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침묵에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은 50%를 넘나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선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 지지자를 흡수해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나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보일 경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세종시 수정안 논란 와중에 박 전 대표가 '강도론'까지 들먹이며 이 대통령과 정면 대립했을 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청와대 행정관이 박 전 대표를 사찰했다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폭로 당시 박 전 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신년좌담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군사독재'라고 평가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트위터에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현 헌법을 '유신헌법 잔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전 대표를 직접 압박하고 나선 모습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의 공개 행보나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3년을 참아온 것은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박 전 대표도 언론 접촉을 좀 더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