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작가 요절로 본 영화계 관행…임금제로 왜?

머니투데이

정지은 인턴기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영화계 임금 지불 관행에 대한 지적이 늘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망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32)를 애도하며 영화계 종사자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은 "영화계 해묵은 관행이 문제"라고 밝혔다.

영화노조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들은 '프리 프로덕션'이라고 불리는 사전준비 단계부터 일을 시작한다. 보통 프리 프로덕션은 5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이 기간 동안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들에게는 따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러다 투자가 불발되거나 제작사에 문제가 생기는 등 영화 제작이 무산되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게 영화계 관행이다. 결국 작업하던 영화가 엎어지면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영화노조 관계자는 8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런 관행이 반복되다 보니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고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 최고은 작가도 선작업만 계속하다 영화 제작이 무산돼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많다"며 영화계 임금 지급 시스템을 지적했다.

실제로 프리 프로덕션의 경우 구두계약만 하고 임금 지급일을 확실히 약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등 임금 지급 시스템이 불안정하다.

영화노조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기로 계약하고 작가를 고용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다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왕이면 회사 운영자금을 미리 확보해 일한 부분에 대해선 그만큼의 임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 정착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 최고은 작가는 설을 앞둔 지난 달 29일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씨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