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광화문]"엄마 아빠 있으면 다야?"

머니투데이
  • 박창욱 생활경제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1.02.09 08:03
  • 글자크기조절
  • 댓글···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바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에선 긴 휴일만큼 명절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개인적으론 금쪽 같은 이번 연휴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단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차례 지내고, 어른들께 인사 드리고, 친척들 만나고…. 물론 매년 오는 명절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명절 휴일이 유독 길었던 지라 평소에 하지 못했던 몇 가지 단상들이 머리 속에 남았다.

하나.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노는 것도 놀아본 놈이나 놀 수 있는 것 같다. 정신없이 지내다 막상 연휴가 닥치니 이 긴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물론 어찌 할지 미리 계획도 세워두지 못했다.

게다가 갑자기 시간이 주어지면서 일상의 긴장이 풀리니 몸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살짝 들었던 코감기가 두통과 몸살로도 번졌다.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내내 약 먹고 누워 있었다. 허무했다. 바람직한 재충전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한참 멀었다. 휴일이 끝나고 물어보니 회사 동료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주어진 여가 시간을 제대로 잘 보내지 못하는 건 이 시대 40대 직장인의 공통점이려니 하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 없었다. “잘 놀아야 성공도 할 수 있다”는 게 '여가학자' 김정운 교수의 주장인데 그 기준대로라면 난 성공과 담을 쌓고 사는 셈이 된다.

성공만이 삶의 기준은 아니려니 여긴다 쳐도, 내 삶이 그다지 튼튼하지 못한 건 분명한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김 교수의 주장이 새삼 아리다. “잘 쉰다는 의미는 '숨을 쉰다'는 것과 같다. 일한 뒤엔 잘 쉬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삶에 대한 호흡'을 희생시키면 일찍 죽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둘. 그동안 차없이 살다 지난해 처음으로 차를 샀다. 아직 면허가 없는 나를 대신해 운전도 아내가 한다. 아내 역시 초보인데, 명절에 직접 차를 몰고 처가에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여 조심조심해서 가는데,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도 곡예 운전을 하는 차들이 자주 눈에 보였다.

어차피 거기서 거긴데 가던 차선이 밀리면 냅다 차선을 바꾸고, 그게 또 아니다 싶으면 차선을 바꾸고. 그런데 웃기는 건 위험하게 곡예를 하던 차들이 시야에서 벗어났다 싶어도, 5분도 안 돼 한 차선으로만 쭉 가던 우리 차랑 같은 자리였다.

늘 차를 몰고 다니는 분들은 웃을 수도 있을텐데, 자가용을 이용한 첫 귀향길에서 앞으로 내 삶의 방향 하나를 나름 정할 수 있었다. '상황이 안 될 때 굳이 무리하지 말자. 차분히 가던 길을 계속 가자.'

셋.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내게 명절 귀향이라 함은 처가행을 의미한다. 길었던 이번 연휴엔 처가에서 이틀을 자고 왔다. 처가는 아내를 포함해 모두 결혼한 5남매다. 모두 모인 시골집은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또 형제간에 다들 사이가 좋아 모이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윷놀이도 하며 재미있게 지낸다.

물론 장인어른, 장모님께 드릴 용돈에 선물도 마련해야 하니 사위로서 부담스런 면도 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아내가 늘 부러웠다. 특히 이번엔 연휴가 길어 더 그랬다. 처가의 형제자매가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도, 사이좋게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장인 장모님이 고향집 그곳에 항상 계시기 때문이다.

늙으셔도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언제나 힘이 되어 주신다는 걸 이제서야 느낀다. 생전 효자도 아니었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새삼 그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괜한 트집을 잡았다. “엄마 아빠 있으면 다야? 쳇.”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투맨 the 유튜브가이드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