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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한 생명을 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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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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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 유대교의 율법서인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과 구출을 다룬 영화 '쉰들러 리스트(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1993년작)'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포탄을 만들어 돈을 벌던 독일인 사업가 쉰들러가 사재를 털어 1100명의 유태인들의 목숨을 구하고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하자, 쉰들러에 의해 목숨을 구한 이들이 자신들의 금니를 뽑아 만든 금반지에 새겨준 글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말의 유래는 아담과 이브의 두 아들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형에 의해 죽임을 당한 동생 아벨이 살아있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후손들로 또 하나의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한 생명의 소중함을 탈무드는 '한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해석했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 생명에 대해 특히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그다. 배의 선장으로서 선원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그의 희생과 그 일로 인해 치른 고통에 전국민이 안타까워하고 그의 빠른 쾌유를 빌고 있다.

더불어 석 선장의 치료를 맡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응급의학과 교수)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교수는 응급처치와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외상외과 전문의다.

위중한 생명을 다루는 그가 보기 드문 외상외과 전문의라는 이름표를 단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면이다.

과거 의사는 최고의 전문직으로 꼽혔지만 현재의 한국 현실에선 직종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극명한 현실을 보여주는 직종으로 내려앉았다. '한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도 귀천이 나뉘는 게 한국 의료계의 현실이다.

이 교수팀의 뛰어난 의술이 그들을 보기 드문 외상외과 전문의팀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했지만, 외과 내에서도 3D(Dirty, Difficult, Dangerous)로 꼽히는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전문의가 드문 것도 이름표의 일부에는 들어있다.

그렇다고 '어려운 과'를 지원하지 않는 의사들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펼침에 있어서 단지 '자부심'만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만큼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 의료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보니 좀 덜 힘들면서도 많은 수익을 올리는 '과'로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기준 61만여명의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지만 3만명 가량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30%인 1만명 정도는 제때 치료만 받았다면 살 수 있는 '예방가능' 사망자였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같은 '예방가능사망률'이 우리보다 훨씬 밑도는 10%대다. 정부는 2020년까지 미국, 일본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9일 석 선장을 문병 간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석 선장의 치료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상환자에 대한 의료체계와 인프라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게 됐다며 개선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관심이 석 선장에게 잠깐 쏠린 사이에 나온 인기 영합적 발언이 아니길 바라는 게 의료계의 심정일 게다.

지난 8일에는 새내기 전문의 3137명이 배출됐다. 인턴과 레지던트의 험난한 과정과 시험을 거쳐 자신의 전문분야를 통해 새로운 의술을 펼치는 첫발의 내디딘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 생명을 구함으로써 세상을 구하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 환경의 구축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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