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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안내리나, 못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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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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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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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벙커C유까지' 업계, ℓ당 영업익 9.1원… 내리면 얼마나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뜨거워진 석유제품값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국내 휘발유값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거나 국제가격보다 더 올렸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반면 업계는 높은 세금비중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 보일 뿐 가격이 국제 수준보다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의 '팔목 비틀기식' 물가관리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가격수준의 높고 낮음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인하 의지를 굽히지는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묘한' 상황이다.
기름값 안내리나, 못내리나


◇기름값 원가공개, 안하나 못하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얼마전 "기름값 원가를 직접 계산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원가를 확인하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그간 휘발유 원가가 공개되지 않은 까닭은 뭘까.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는 원재료인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벙커C유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연속생산'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제품이 생산되는 비율도 매번 달라진다. 국제시장 가격에 따라 100가지 이상 원유가 들어오는데 브렌트유는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 산출비율이 높고 어떤 것은 벙커C유가 많이 나온다.

정유사는 정유판매조직을 소매사업부와 영업MIP로 나눴을 뿐 특정 품목에 맞추지는 않는다. 정유사 자체적으로도 품목별 원가분석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서도 원가분석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태에선 품목을 단순화한 후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원재료값과 마케팅·운송, 일반관리비 등을 분할하는 '단순잣대'를 적용해 대략적인 원가를 추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 논란도 반복될 여지가 크다.

◇휘발유값 어디가 높은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휘발유값 대비 세금비중 순위가 19위로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전 휘발유값은 리터당 1047원으로 OECD 평균보다 125원(13.5%) 높다"고도 했다. 이는 내수시장에서 1%에 불과한 고급 휘발유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업계의 반발을 샀다.

국내에선 고급휘발유가 수입차, 고급세단 등 일부에만 쓰인다. 이를 감안해 고급휘발유보다 품질을 더 올리다보니 가격이 OECD 22개 국가 중 2위까지 됐는데, 이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기재부는 15일 참고자료를 통해 "각국 고급휘발유 품질이 상이해 국제비교에 한계가 있다"며 "비교 가능한 4개국의 보통휘발유값을 비교하면 한국이 37원 낮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임종룡 기재부 차관은 "국내 정유사가 국제시세보다 휘발유값을 더 올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톤을 높였다. 두바이유와 국내 휘발유값의 격차는 2008년 리터당 109.5원에서 2011년 179.8원으로 확대됐고,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과 비교해도 같은 기간 50.6원에서 82.5원으로 벌어졌다는 게 임 차관의 지적이다.

임 차관의 지적에 틀린 대목은 없어보이는데 통계상 착시가 있었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국내 휘발유값에는 정유사들의 운송비가 포함되는데, 이게 매달 조금씩 달라진다. 올 1월에는 유가상승으로 운송비가 올랐고 임 차관이 근거로 든 2008년은 유류세 인하조치가 이뤄진 시점이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외 가격 비대칭적인가

국내·국제가격의 비대칭성 여부도 기름값 논란의 단골메뉴다.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석유제품 가격(MOPS)이 내리더라도 소비자가격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도 이를 지적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올 1월 첫째주 휘발유 국제가격이 리터당 0.9원 인상됐으나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은 37.1원 올랐고 주유소 판매가격도 13.4원 인상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러나 정유·주유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몰랐던 탓에 나온 오해에 불과했다. 주유소들은 실적집계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매달말 기름을 받아 저장고에 채우는 경향이 있다. 결국 월말가격이 주유소들의 원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일시적인 가격착시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를 월간단위로 조정해보니 정유사가 오히려 국제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으로 나왔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소비자시민모임의 방법을 기준으로 분석기간을 2주로 늘리면 국제-국내 가격인상 차이가 1.02원에 불과했다"며 "한달 단위로 분석하면 정유사 공급가격이 국제가격보다 6원가량 낮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 '통큰 이익' 챙기나

정유사들이 제법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면 원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에게 부담을 지우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 2009년 모두 2조6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는 2조2464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정작 정유에서는 1850억원 적자를 봤다. 지난 해에는 실적이 개선되면서 정유 부문에서 총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휘발유 가격 인하의 재원으로 활용하라고 압박하기는 곤란하다.

총 매출에서 휘발유 내수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휘발유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각에 정유사들이 억울해 하다는 이유다. 그나마 이익의 대부분은 경유와 윤활유, 아스팔트 수출 등에서 나오고 있는 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이 1~4% 수준으로 낮아 실제 휘발유값을 내리려면 수출부문에서 얻는 이익을 전용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업체별 사정도 다르다. 상대적으로 정제마진율이 낮은 S-OIL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실적(매출액, 영업이익 순)이 △정유 16조4561억원, 1574억원 △윤활 1조6859억원, 2311억원 △석유화학 2조5866억원, 290억원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영업이익률이 2.0%인데, 그나마 정제부문은 1.0%에 불과했다.

◇기름값 내리면 얼마나…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강력해 가격인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휘발유값을 내린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업계는 휘발유부터 벙커C유까지 모든 제품의 내수와 수출실적을 종합하면 정유부문에서 얻는 영업이익은 리터당 9.1원 정도로 본다. 마진을 포기한다 해도 10원이 안된다는 얘기다.

매출비중이 10%인 내수 휘발유를 위해 다른 품목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모두 포기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지난해 휘발유의 국내 판매량은 108억8258만리터. 정유사들이 정유부문 영업이익 1조2000억원가량을 모두 휘발유값 인하에 투입한다면 리터당 110.2원을 낮출 수 있다. 물론 정유사와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가 추정하는 이익률이 각각 다르고 이들의 계산법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수출에서 얻는 이익까지 포기하라고 압박하기는 간단치 않다.

◇유류세는 못낮추나

휘발유값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류세로 전체의 50%에 달한다. 유류세가 높은 것은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4가지 세액이 포함돼서다. 여기에 주유소 마진과 유류 유통비용 등이 6%가량 추가된다. 경유는 통상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가량 싼데 이유가 있다. 화물, 특수기기, 운송장비 등 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휘발유보다 낮춰잡기 때문이다.

현재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값은 리터당 818원인데, 여기에 세금이 902원 붙어 1720원으로 오른 후 주유소 마진이 붙어 판매된다. 반면 경유는 정유사 868원, 세금 656원으로 세후가격이 1524원이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원가가 비싼 경유가 더 싸게 공급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경유가격이 2384원으로 고급휘발유 2300원보다 비싸고, 스웨덴은 각각 2214원, 2272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휘발유값 결정권은 결국 정부에 있고, 유류세가 핵심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보겠다는 얘기를 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2008년 국제유가가 폭등하며 7월 휘발유 평균가격이 리터당 1949원을 넘은 적이 있다. 당시 경유가격은 1945원으로 가격차가 4원에 불과했다. 이는 당시 정부가 휘발유 유류세를 리터당 82원 낮췄고, 원유관세도 3%에서 1%로 내리면서 11원의 인하요인이 더 있었던 덕분이다.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휘발유값 인하폭은 어느 정도일까. 통계는 없으나 적어도 리터당 70원 이상은 낮아져야 체감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가 많다. 이에 부합하려면 유류세 인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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