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여론·정부압력····서울우유 반나절만에 굴복

서울우유가 우유 공급가 인상 계획이 알려진지 반나절 만에 계획 자체를 전면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우유는 16일 커피전문점과 제과, 제빵업체 등 대량수요처에 공급하는 우유가격 인상 계획 자체를 없던 일로 한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서울우유 납품 가격 관련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커피전문점 제과 제빵업체에 공급중인 원료용 우유 납품가격과 관련해 이는 실무부서의 납품 가격 의사 타진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로 인한 것"이라며 "서울우유는 현재 우유 납품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부터 커피전문점 등 이른바 특수 거래처에 납품하는 우유가격을 최대 65%까지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날 가격인상 계획이 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자 즉각 인상 계획을 철회한 것.

지난 2009년 3월 CJ가 설탕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철회한 적은 있지만 가격인상 계획이 알려진 당일에 곧바로 계획을 철회한 경우는 서울우유가 거의 처음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행보에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물가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서울우유가 한꺼번에 50% 이상 가격을 올린데 따른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우유가 특수거래처 우유 납품가격을 올릴 경우 커피와 제과, 제빵 등 이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 있어 서울우유가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부각되는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관련제품의 연쇄인상을 우려한 농림수산식품부 등에서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우유 가격 인상은 서울우유 등 우유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했다는 점을 참작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과징금을 경감해준지 두 달 여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서울우유 등 상위 4사가 주요제품 가격을 자발적으로 인하한 점 등을 감안해 과징금 수위를 낮춰 14개 우유업체에 총 1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초 과징금 예상치는 500억 원에 달했지만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절반 이하 수준인 188억원에 그친 것.

특히 서울우유는 시유(백색 및 가공) 매출만 8000억 원을 넘보는 업계 1위라 과징금 액수가 100억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됐지만 30억~40억원대였던 남양유업,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보다 낮은 28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우유는 조합원이 낙농 농가인 비영리조합으로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관련기관과 단체들까지 '동원'해 선처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가장 많이 '경감'을 받았던 서울우유가 50% 인상이라는 '물가폭탄'을 던지자 더 큰 '역풍'을 맞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