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조직개편' 위기극복 주역들 사라진다

한국은행 조직개편과 인사가 임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 ~ 3년간 금융위기의 수습과 극복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공헌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줄줄이 떠난데다 나머지 주역들도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한은은 한 · 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켜 외화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공을 세웠다. 또 물가 상승 시비와 책임론 속에서도 저금리 정책과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했고 국지적인 주택가격 상승 국면에서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의 미시 대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8년 10월 한 · 미 통화스와프 협정 성사의 주역은 당시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 안병찬 국제국장, 이응백 투자운용실장, 류후규 뉴욕사무소장, 김명기 워싱턴사무소장, 윤용진 뉴욕사무소 부국장(이상 당시 직함)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보직을 맡고 있는 이는 류후규 금융안정분석국장과 김명기 경제통계국장 뿐이다. 이광주 전 부총재는 지난해 퇴임 뒤 학계로 자리를 옮겼고 이응백 전 실장과 윤용진 전 부국장도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나머지 현직 인사들도 부서장 연령 제한 등과 맞물려 입지가 위축된 상태다.

한 · 미 통화스와프는 리먼 사태 이후 외화 유동성이 고갈된 상황에서 한은이 갖고 있는 달러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에서 착안됐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일본, 영국, 유럽(EU) 중앙은행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발표한 상황에서 이머징국가의 대표격인 한은과의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안을 한은쪽에서 역설해 관철됐고 환율 안정, 외환 유동성 개선 등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기 상황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저금리 정책 고수로 뚝심을 발휘했던 이들에 대한 공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 주변의 평가다.

금융계 인사는 “지난해 한은 총재가 바뀐 뒤로 공로나 기여도 중심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며 “획일적인 나이 중심의 인사는 전체적인 조직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중수 총재는 그 동안 직원들의 불만이 컸던 직군제 폐지와 함께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김 총재 자신이 직접 검증한 국장, 팀장들을 대거 중용해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석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은은 월말께 구체화될 조직개편에서 현 외화자금국을 외환자산운용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경제교육센터와 연수원을 인재경영개발원으로 통합하는 것 등을 포함해 상당수 부서의 부서장, 팀장 인사가 임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