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보다 무서운 '혈중 DMB'

안전 운전을 위해 마련한다고들 하는 내비게이션. 운전 중간 중간의 긴장을 풀어주고 동승자를 배려하기 위해 장착하는 DMB. 요즘 차량에 대부분 부착하는 기기들이다. 또 운전자가 운행 중에 부주의하게 꺼내들며 주변까지 아찔하게 만드는 휴대폰. 이같은 제품들은 하나같이 안전운전의 공적들이다.


2008년 158만여개가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되는 DMB는 2009년 210만개로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베스트셀러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지만 또다른 별칭도 생겼다. 경찰과 손보사 등에서는 DMB를 ‘눈으로 마시는 술’이라 부르고 있다. 이미 불법화된 운행 중 휴대전화 사용과 내비게이션 조작도 마찬가지다.

미국 교통안전청 조사를 보면 운전자 스스로의 문제로 인한 교통사고(운전 중 주의 분산)를 전체의 25 ~ 50%로 추산한다. 특히 이 중 10%는 DMB, 휴대폰, 네비게이션 조작 등으로 인한 것이라게 교통안전청의 분석이다. 또 차량 운행 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운전자가 차사고를 낼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배 이상 높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DMB를 사용할 경우 차간 거리 유지 및 돌발상황 대처 능력이 두드러지게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DMB 사용시 전방주시비율은 50.3%에 그쳐 정상운전을 할때(80%)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낮았다. 심지어는 음주운전(72%)과 비교할때도 안전운행에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같은 상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DMB 등의 운행 중 사용금지에 대한 법 조항은 외국과 비교할때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일본이 운행중 법적 규제 범위를 휴대용 전화, 화상표시 장치(DMB 등)로 정하고 있고 영국은 휴대용 전화, TV, PDA 등 IT장치, 미국.호주는 휴대전화, TV 등 화상표지 장치 등으로 넓게 잡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만 벌점 15점, 범칙금 3만 ~ 7만원으로 제한적인 규제조항을 두고 있다.


이같은 규제 미비의 원인에 대해 적발되더라도 자신이 DMB를 시청하고 있었다고 시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실제 시청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단속상의 어려움을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보완 등을 거치면 가능하고 계도 효과 등을 감안하면 처벌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대세다. 현재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처벌기준 강화, DMB 등 시청금지'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