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블록세일 주관사 8곳 입찰

한국전력공사 (20,100원 ▼300 -1.47%)가 보유한 KPS 지분 대량매매(블록세일) 주관사 입찰에 국내외 8개 증권사가 참여했다. 백스톱(back-stop; 인수) 조건을 내건 후보가 거의 없는 가운데 주식연계증권(ELB) 활용 등 새로이 제안된 거래 구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전이 KPS 지분 매각 관련 입찰을 마감한 결과 대우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 등 국내사 4곳과 골드만삭스·HSBC·노무라증권·모간스탠리 등 해외사 4곳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관사를 맡았던 우리투자증권은 거래 실패에 따른 부담 등으로 인해 참여를 포기했다. 크레디트스위스·JP모간 등 블록딜 시장의 강자들도 거래 조건을 저울질하다 불참 방침을 굳혔다.

한전의 요구 조건 중 하나인 백스톱 계약을 제시한 증권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한전은 이번 블록세일 주관사에 백스톱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입찰을 2번, 블록세일을 1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한전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지분 매각을 마무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거래에서 백스톱은 다소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전KPS 지분은 마케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는데다 지난해 이로 인해 손해를 본 우리투자증권의 사례가 예비 후보들을 심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 눈치를 보다 막판에 백스톱을 넣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증권사가 많다는 전언이다.

일부 증권사는 백스톱 대신 물량을 나누어 각기 다른 상품으로 포장하는 거래 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이번에 매각하려는 KPS 지분은 10%다. 이를 5%씩 나누어 하나는 교환사채(EB)로, 다른 하나는 블록세일로 매각하자는 것이다.

EB는 한전이 KPS 지분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한전 입장에선 저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채권이 주식으로 교환되면 주식을 매각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한전KPS 주가는 최근 3개월간 30% 이상 떨어져 블록세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EB를 통해 일부를 유동화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나머지 지분을 블록세일로 매각하면 시장 소화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전은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2012년까지 15%의 지분을 털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당장 손 바뀜이 일어나는 블록세일을 더 선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백스톱보다는 일부 지분을 EB로 유동화한 후 그 EB에 대한 잔액인수에 나서는 것이 증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적다"며 "주가 추이나 시장 흐름을 봤을 땐 EB를 활용하는 게 KPS 지분의 시장 소화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조만간 심사위원회를 열어 제출된 제안서 평가를 통해 복수의 협상적격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고득점자 순서에 따라 협상을 통해 이달 중 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3월 중 본 계약 체결 후 블록세일을 위한 본격적인 시장 수요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