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톡' 쓰다…"사장님 죄송합니다"

TV화면도 손가락 터치로 넘기려 하는 다섯살 딸아이는 요즘 내 스마트폰이 탐구대상이다.


어렸을 적 디지털기기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정서적으로 안좋다고 생각하지만, 쌓인 피로를 주말에 조금이나마 풀려면 애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모라면 충분히 공감할 터다.

지난 주말. “그래 너는 엄마보다 스마트해져야지”라며 아이폰 갖고 노는 애를 방치하고 잠시 바닥에 등을 붙였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던 찰나. ‘딩동, 딩동’ 어디선가 연신 벨소리가 들렸다. '꿈인가? 집에 누가 왔나?'. 비몽사몽 주위를 둘러보니 거실 한 구석에서 스마트 ‘열공’ 중인 딸아이가 “엄마, 문자왔어요”라며 부른다.

“어? 어”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받아들자 이게 웬 사람들인가. ‘국민앱(애플리케이션)’으로 불리는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 채팅방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동시 그룹채팅을 할 수 있게 대화상대를 불러들이는 메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써본 적도, 써볼 일도 별로 없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딸아이가 전화부 속 지인들을 한명씩 채팅방에 초대했고, 이미 그들 중 몇몇은 영문도 모른 채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라면 굳이 낯을 붉힐 일이 없겠지만 업무적으로 만난 'A사장님' 'B애널리스트' 'C비서관'이 채팅방에 차례로 뜨자 진땀이 났다.

독수리타법으로 한참 걸려 끄적끄적 "저희 애가...제가 일하는 사이에...물론 항상 주의를 주는데도...죄송합니다." 다행히 늦은 시간이 아니었고 주말이라 특별히 업무에 방해를 주지 않았을 거라 위안하며 서둘러 수습 멘트를 하고 채팅방을 나왔다.

채팅방에 초대됐던 후배 녀석은 암호설정(메뉴 중 설정→암호잠금 '켜짐' 선택)을 해두라는 눈물 나는 조언을 해줬다.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지난 24일 밤 10시 기준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0일 700만명 가입자를 돌파한 지 불과 보름 만이다.

1대1 대화에 그쳤던 모바일 문자메시지의 한계를 넘어 수십명이 동시 대화를 할 수 있고, 각 사람의 전화번호부를 연결해 오랜기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도 쉽게 연락된다는 점에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조만간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통한 무료통화 기능도 추가된다. 경쟁사들도 잇달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무료로 손쉽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짜'톡'들. 하지만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그룹채팅 해프닝처럼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어린애를 둔 부모라면 잠금 설정은 필수다. 물론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쥐어주기 보다는 아날로그적으로 애와 시간을 보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