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알맹이 빠진 민생법안 통과 합의(상보)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13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중요한 민생 관련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국회에서 만나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예술인 복지법' 등 13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모두 74건의 법률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이 중 8개 법안에 동의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45개 법안을 제안했고, 이 가운데 한나라당은 6건을 수용했다. '군용비행장 소음피해 방지에 관한 법률'은 양당이 동시에 제안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은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경우에 한해 채권추심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방문판매로 신고하고 실질적으로 다단계 판매를 하는 업체를 단속하기 위한 법률이다.

'고 최고은법'으로 불렸던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복지활동 지원을 위한 복지재단과 복지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법이다.


이밖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공익신고자 보호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자율방법대 설치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응급의료법', '장애인활동지원법', '사회서비스 이용권 관리법', '석면안전관리법' 등도 합의됐다.

하지만 여야가 중점적으로 처리를 요구했던 민생법안과 관련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처리를 요구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민주당이 요구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 등이 대표적인 예.

전 정책위의장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돼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종구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은 "상한제를 도입하면 이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이 나오고 시장이 경색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이밖에 주택바우처제도를 도입하는 '주택법',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독적규제 및 공정거래법', 어버이날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법' 등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정책위의장은 "농협법을 통과시켜 농협의 올바른 구조개편과 발전을 위해야 한다"며 "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면 중소기업 때 받았던 혜택이 없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산업발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책위 차원에서 각 당에서 역점을 두는 법안을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회기 중에 지속적으로 협의해서 그 내용이 이번 임시국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