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총재 "직장·정년 보장 이미지 벗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 임직원들에게 "직장과 정년이 보장된 상황이 우리 조직의 이미지가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지난달 28일 임직원들에 보낸 '조직개편과 정기인사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메일에서 "누구나 부끄럽지 않게 일을 개발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다가 퇴직한다는 인식을 우리 스스로 가져야 한다"며 "모든 것이 수동적인 조직, 본인보다는 조직을 탓하는 풍토, 그리고도 스타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는 조직이 돼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재는 "누구나 조직이 본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정"이라며 "실제로는, 고위직에 오른 사람은 조직이 아직도 본인에게 더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본인이 조직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헌신하고자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보직을 부여받은 분들을 포함해 부서장들이 솔선수범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최근 노동조합이 김 총재 부임 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독립경영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 만족도가 당연히 다를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에 비해 독립경영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반박했다.

김 총재는 "신의 직장, 철밥통 같은 수식어로부터 벗어나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을 만드는 일부터 매진하자고 하면 이질감을 느끼나"며 "외부에 인식이 잘못 형성돼 있다면 이를 교정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총재는 "개인의 수월성이 반영될 수 있는 전문직의 경우에는 연봉제를 적용해 성과에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연봉제 도입 의지가 있음도 밝혔다. 김 총재는 "호봉제에 추가한 성과급은 예산제약 등을 감안할 때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다만 "구체적 방안은 노조와 협상의 대상이기에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에 대해 "이번의 변화는 개방성, 다양성, 유연성, 그리고 점진적, 순차적이란 단어들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긴 말 필요 없이, 폐쇄성, 획일성, 경직성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다"며 "(조직과 인사를)신중히 결정했으나, 지금의 결과는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앞으로도 부단하게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총원이 1500명 정도인 조직에서 1977년~1982년에 입행한 직원이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점진적인 세대교체도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김 총재는 "30년 전 수년 동안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해놓고 그 후 인력을 적정히 관리하지 않은 후유증을 우리가 지금 앓고 있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면 과거보다 훨씬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