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큰손' 김희애? 한국엔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캐시로 8000억 있으면 어디에 투자할래? 각자 투자계획 세워서 보고해봐. 진지하게"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SBS의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나온 김희애(유인혜 분)의 대사다. 하지만 한국에서 극중 김희애처럼 거대한 자산을 굴리는 헤지펀드 '한국대표'는 사실상 없다.

헤지펀드란 투자대상과 전략이 다양하고 차입도 일으킬 수 있는 사모펀드의 한 형태. 현행법상 한국시장에서는 헤지펀드가 설립돼 활동할 수 없고 해외 헤지펀드의 운용조직도 국내엔 없다. 헤지펀드의 대표적 특징인 주식 공(空)매도(Naked short selling)를 할 수 없고,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투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실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에서 주문을 내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헤지펀드를 출시한 트러스톤 자산운용의 경우에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한국에서 이 펀드를 재간접헤지펀드 형태로 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 '헤지펀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일즈파트'에 소속돼 있다.헤지펀드 한국대표라는 자리가 거의 없고, 있더라도 큰 자산을 굴리는 매니저가 아니라 대부분 판매인력이라는 얘기다.

SBS 드라마 마이더스에 등장하는 헤지펀드 한국지점 사무실. 김희애(유인혜 분)가 한국대표로 이 곳에서 자산을 운용한다. SBS측은 이 사무실 세팅을 위해 2억5000만원을 들였다고 한다.

간혹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전문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 즉 피터벡파트너스와 DKR, 이볼루션, OZ매니지먼트 등에 '한국대표'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운용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하고 한국에서는 영업이나 판매만 한다. 그나마도 금융위기 이후로 많이 철수했다. 여러 헤지펀드를 묶어 운용하는 재간접헤지펀드(펀드오브헤지펀드) 퍼멀과 같은 경우, 한국 이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본사는 홍콩이고 한국에서 직접 운용을 하지는 않는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헤지펀드의 경우, '한국대표'라는 명함을 들고 다닌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 지위가 '대표급'인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일반적으로 가장 낮은 Analyst부터 Associate, Assistant Director, Vice President( 혹은 그냥 Director), Executive Director, Managing Director의 순으로 직급이 형성된다.

증권사 '지점장'정도 위치가 되려면 Executive Director, Managing Director는 돼야하는데 한국에 터를 잡고 있는 일부 외국계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이 정도 직급의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한국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지만, 한국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금융허브하고는 거리가 멀다.

헤지펀드는 고사하고 사모펀드(PEF)도 걸음마단계다.
PEF는 헤지펀드와 같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지만 공매도나 레버리지투자는 불가능하다. 자본시장법이 열렸지만 PEF는 MBK파트너스나 우리마르스, 보고펀드, 칸서스PEF, 정부주도로 만든 정책금융공사(KoFC) PEF, KTB투자증권PEF 정도가 규모를 갖춘 PEF이다.

일반인들이 시장에서 투자가능한 상품은 대형 자산운용사의 공모펀드나 비싼 수수료로 소수의 종목에 '몰빵'하는 랩 상품이 대부분이다.

대신 한국의 고액자산가들을 겨냥한 헤지펀드 '판매원'들은 꽤 많다. 대우증권 (7,330원 0.00%),우리투자증권 (11,910원 ▲190 +1.62%),삼성증권 (37,350원 ▲100 +0.27%)처럼 헤지펀드나 재간접헤지펀드를 파는 증권사들도 많다.

어쩌면 한국의 금융인력들, 아니 예비 금융인력들 모두 마이더스의 김희애처럼 냉혹한 '큰손'헤지펀드 한국대표를 꿈꿀지 모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말한 대로 실제 자본시장법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길은 열려있는데 스스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행태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 김희애 같은 큰손은 한국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