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버릴 정도로 순경공채 매력있어"

지난달 27일 오후 9시쯤 동작구 노량진동 A고시원에서 최모씨(28)가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수험생이 발견했다.

경찰은 최씨가 지난달 26일 실시된 순경 공채 필기시험을 본 뒤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는 주변의 말 등으로 미뤄 최씨가 시험을 망친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11시쯤에도 같은 동에 있는 B고시원에서도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서모씨(29)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같은 소식 탓인지 경찰시험 준비 학원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 일대는 냉기가 감돌았다. 봄 기운이 스며드는 3월을 맞았지만 찾아온 꽃샘 추위와 더불어 가뜩이나 고달픈 생활에 지친 수험생들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게다가 1차시험이 끝난 지 사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그들의 얼굴은 더욱 굳어 있었다.

순경시험 준비가 얼마나 고달팠길래 그들은 목숨까지 버렸을까. 노량진 일대 경찰시험 학원가에서 '순경 고시생'을 만나보니 일견 이해가 됐다.

◇"목맨 사건…남의 일 아니다"


'3·1절'이던 지난 1일. 노량진에서 만난 김모씨(27)는 2년째 순경시험을 준비중이다. S대 컴퓨터공학과 02학번인 그는 경찰시험 준비하다 스스로 목을 맨 '친구'들에 대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말도 곁들였다.

김씨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데 수험생활이 만만치 않아 가끔 '딴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3년 정도 해보고 안 되면 때려치울 생각도 있는데 그 다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모씨(23·여)는 여경 순경 공채시험이 4년째다. 2008년 '순경고시'를 시작했다. 지방의 K대를 다니다 여경이라는 직업이 안정적일 것으로 여겨 수험생활에 돌입했다. 준비 2년만인 2010년 처음으로 1차 필기시험에 붙었다. 2차 체력시험도 통과했다. 그러나 최종발표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올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정씨는 "여경 공채가 경쟁률도 높고 커트라인도 높기 때문에 합격에 이르는 문이 좁다"며 "세상에서는 순경시험이라고 만만하게 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역시 여경 일반공채에 지원한 김모씨(25)는 대구에서 상경했다. 노량진 고시원에 둥지를 튼 지도 3년이 지났다. 경북에 위치한 K대를 다니다 수험생이 됐다. 2006년부터 시작한 시험에서 지난해까지 모두 필기시험에서 탈락했다.

김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아직 공부하고 있는 주위의 비교가 스트레스"라며 "오랜 수험생활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과 경제적 어려움이 힘들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