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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누리면서 진보 발언 ‘강남 좌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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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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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있는 자=우파, 없는 자=좌파’ 이분법 탈피


# 2008년 12월. 이준구(62)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왜 우리 사회에는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조차 보기 힘든 것일까?”라고 질문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을 비판하는 칼럼에서다.

# 2011년 3월. 진보진영에 새 바람이 분다. ‘강남 좌파’ 바람이다. 강남 좌파는 한국판 ‘리무진 리버럴’이다. 주목되는 것은 비아냥과 비호감 대신에 호감의 언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미 변화를 이끄는 대열의 선두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있다.

풍요 누리면서 진보 발언 ‘강남 좌파’ 뜬다



조국 교수는 전형적인 386세대다. 1965년 태어나 82년 대학에 입학, 급진적 민주화 운동에 관여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지난해 11월 펴낸 『진보집권플랜』이 강남 좌파의 이론적 진원지다. 그는 책에서 강남 좌파를 자임했다. 진보진영에 새 물결을 일으키려는 전략이다.

 조 교수는 올 들어 강남 좌파 전도사로 나섰다. 과거 좌파 운동에서는 볼 수 없던 형식이다. 『진보집권플랜』을 들고 지방을 순회하며 가수가 공연하듯 ‘북 콘서트’를 열고, 인터넷·트위터를 통해 강남 좌파 바람을 확산시킨다. 강남은 성장과 풍요를 상징한다. 강남 좌파는 성장한 좌파, 풍요를 누리는 좌파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대한민국 좌파는 이제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는가.

 ◆"강남 좌파, 자연스러운 현상”=우리 사회에 ‘리무진 리버럴’조차 없다고 개탄했던 이준구 교수는 강남 좌파의 등장을 반겼다. 이 교수는 자신을 강남 좌파로 불러도 좋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있는 사람들이 너무 있는 티를 내는 것”이라며 “강남 좌파가 많아지면 사회가 더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현상이다. ‘있는 자=우파’ ‘없는 자=좌파’라는 과거의 기계적인 이분법은 강남 좌파에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 좌파’ 운동은 70년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긴급조치 세대로 불리는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다.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이 국가적 과제였던 산업화 시대의 진보 운동이었다. ‘독재 vs 민주’로 전선이 갈렸다. 80년대 들어 급진적 좌파 운동으로 그 내용이 심화되고, 87년 6월 항쟁과 90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을 지켜보며 국내 좌파 운동은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으로 분화됐지만, 큰 틀에서 ‘있는 자=우파’ ‘없는 자=좌파’라는 도식은 적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강남 좌파의 등장이 새로운 이유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51) 교수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에서 강남 좌파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강남 좌파를 자임하지는 않았지만 그 의의를 인정했다.

 ◆구좌파에서 신좌파로의 진화=강남 좌파는 누구인가. 고학력·전문직(교수·의사·법조인·엔지니어 등) 화이트칼라 중산층이면서 진보적 발언을 하는 이들이 주로 지목된다. 기존의 좌파가 노동자 단체를 주요 지지세력으로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더라도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하지 않고, 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종북 좌파’와도 거리가 멀다. 인터넷·트위터 등 디지털 미디어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점도 다르다.

 이 같은 차이는 좌파 내부에서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겨레신문에서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씨와 진중권(문화평론가)씨가 강남 좌파의 의미를 놓고 벌인 논쟁이 그런 경우다. 김씨는 진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비판했고, 진씨는 진보·좌파라는 용어를 누구 허락받고 써야 하느냐며 ‘강남 좌파’를 옹호했다.

 ‘강남 좌파’를 보는 우파의 시선은 조심스럽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체제의 과실을 누구보다 많이 누리는 이들이 체제의 안 좋은 면만 부각시켜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저급한 이념 갈등이 정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강남 좌파’가 지속적 흐름을 만들어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배영대 기자

◆리무진 리버럴=미국 사회에서 ‘부자 좌파’의 행위를 비꼴 때 사용한다. 리무진을 타고 다닐 정도로 화려한 생활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고 하는 말이 이중적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프랑스에서는 ‘고슈 캐비아(캐비아 좌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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