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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가난은 제도 탓..中도 안정적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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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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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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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치 질서의 기원' 4월 발간

후쿠야마 "가난은 제도 탓..中도 안정적이지 않아"
‘역사의 종말’ 저자인 유명 정치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포드대 교수가 오는 4월에 사회 구조의 변화를 분석한 ‘정치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이라는 새 책을 발간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후쿠야마가 이 책에서 인간 사회가 전쟁이나 경제 같은 한가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 전쟁과 경제는 물론 혈족주의 등 인간의 본능적 행동에 이르는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 정치 발전을 이뤄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후쿠야마는 특히 이 책에서 현대 민주주의가 역사 발전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결정론적 사관을 배제하고 우연하게 선택된 정치 체제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는 정치체제가 단일한 경로를 따라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 가운데 가장 성공할만한 것을 선택하는 생물학적 자연도태의 과정을 거쳐 우연히 발전해왔음을 의미한다.

덴마크 아허스대학의 게오르그 소렌센 정치학 교수는 “후쿠야마의 새 책은 정치 발전 과정을 서구 중심적이지 않고 단일 요인에 의존하지 않은 채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며 “정치 질서의 발전 과정이란 점에서 이 책은 현대의 고전”이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국가를 형성한 원인은 전쟁

오는 4월에 출간되는 ‘정치 질서의 기원’ 1권은 선사시대부터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까지 동서양을 포괄한 사회 구조의 변화를 다룬다. 이후 나올 2권은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현대까지의 정치 체제를 분석할 예정이다.

후쿠야마는 이 책에서 역사상 최초의 사회 발전은 원시 수렵생활을 하던 무리가 부족을 이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족사회로의 발전은 공통의 조상을 숭배하는 종교를 통해 가능했다. 부족사회는 소수의 수렵 무리에 비해 다수의 사람들을 모으기가 쉬워 전쟁에 유리했다. 이 결과 빠르게 부족사회가 확산돼 정착됐다.

인간 사회는 부족에서 국가로 발전하면서 두번째 주요한 변화를 겪었다. 국가로 발전을 촉진한 것은 전쟁이었다. 국가는 부족장이 사망한 이후 분열하는 경향이 심했던 부족보다 더 조직적이었고 안정적이었다. 국가에 속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유를 버리고 국가에 복속했다.

하지만 부족에서 국가로의 발전이 단 하나의 경로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가로의 발전 과정은 지리적 위치와 역사, 지역마다 서로 다른 제도가 부여하는 질서 등에 따라 중국과 인도, 이슬람, 유럽 등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럽 내에서조차 부족에서 국가로의 변천이라는 커다란 공통의 주제는 여러 가지 변주를 보였다.

후쿠야마는 특히 사회적 행동을 조율하는 규칙으로써 제도에 주목했다. 부족이 가족과 친족을 우선하는 인간의 뿌리깊은 본능을 토대로 형성된 것처럼 국가는 사회적 규칙을 만들어 따르려는 인간의 성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봉건제도와 교회로 절대권력 등장 어려워

후쿠야마 "가난은 제도 탓..中도 안정적이지 않아"
후쿠야마는 역사상 최초의 국가를 기원전 221년에 세워진 중국의 진나라라고 봤다. 진나라는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라 관료계급을 발전시켜 부족주의를 극복하고 대규모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부족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중국에서 진나라가 세워지고 1000년이나 지난 후였다. 유럽에서는 부족제도가 처음에 봉건제도로 바뀌었다. 봉건제도에서는 농노들이 영주에게 복종하는 대신 영주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왕이 등장한 이후에도 중국의 황제처럼 절대적 권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영주들과 권력을 나눠 가져야 했다.

유럽에서 절대권력의 등장을 방해한 또 다른 요인은 11세기에 형성된 교회법이었다. 교회법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법률 개념이 자리잡았고 아무리 강력한 군주라해도 시민법 개념을 고려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유럽에서는 절대권력은 집권자가 아니라 법이라는 이례적인 사상이 등장했다. 법치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영국에서는 왕권을 가진 찰스 1세가 처형당했고 제임스 2세는 쫓겨나 타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이 같은 법치주의를 통해 집권자는 국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상이 발전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영국과 비슷한 제도를 발전시켰지만 집권자와 귀족간 권력에서 지속적인 균형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프랑스에서는 귀족들이 세금 납부를 거부해 모든 조세 부담이 농민에게 전가됐고 이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헝가리는 귀족들이 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방어력을 제공하기를 거부해 1241년에 몽골에, 1526년에는 오스만 투르크 군대에 대패했다.

◆적절한 정치제도의 부재가 가난의 원인

후쿠야마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오직 영국과 덴마크만이 강력한 국가, 법치주의, 집권자의 책임의식 등 세 가지 핵심적인 제도를 발전시켰다. 이 세 가지 제도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으로 증명됐으며 이후 생물학의 자연선택, 자연도태의 과정을 거쳐 다른 국가에서도 받아들여졌다.

인간의 행동양식, 특히 규칙을 만들려는 성향이 근대 사회체제의 토대가 됐지만 제도에 내용을 제공하는 역할은 문화가 했다. 제도는 한번 형성되면 구성원들이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려 하기 때문에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게 된다.

제도가 바뀌기 힘든 만큼 발전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후쿠야마는 “가난한 국가들은 자원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정치 제도가 결핍돼 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한 법치주의의 부재가 “가난한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도의 관성적 성향 때문에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후쿠야마는 “다른 사회에 어떤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며 “규칙을 부과해도 사람들이 헌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일본과 한국, 중국의 경우 스스로 외국의 제도를 자국에 맞게 변형해 채택한 뒤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사례”라고 말했다.

◆역사의 완성은 민주주의, 중국은 불안정한 체제

후쿠야마는 아울러 최근 민주주의가 아닌 체제로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역사의 완성으로서 종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체제는 앞으로 없다는 의견이다.

후쿠야마는 중국의 정치체제에서는 집권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상당히 훌륭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며 민주주의보다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여전히 나쁜 군주의 문제에 취약하다”며 “중국의 마지막 나쁜 군주는 마오쩌둥이었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는 영국에서 일어난 민주주의로의 시민혁명이 역사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전적으로 우연한 사건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법치주의는 조직화된 종교에서 나왔으며 민주주의는 역사상 이상한 우연이었다”며 “영국 의회가 시민혁명을 일으켜 헌법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완전한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후쿠야마는 유럽에 봉건제도가 없었다면 중국과 같은 절대권력이 출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우연을 통해 영국과 그 다음에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모두 모방하려는 강력한 정치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후쿠야마는 중국과 관련해 “나쁜 군주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현대 사회가 위에서 아래로의 명령체제로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 서구식 사회체제)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서구 제도에 운명을 걸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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